우리는 며칠 전부터 "갖고 싶은 거 있어?"라고 물어본다. 예전 같으면 뭐라도 받고 싶어서 머리를 쥐어짜듯 생각하고, 무언가를(?) 꼭 받아냈다.(사실 지금 그 선물들은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나도 무언가를 선물했다. 어떤 선물이든 선물은 좋은 것이며, 상대를 위한 마음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상대방의 마음에 들어야 좋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특히 가까운 사람에게 선물을 할때는 깜짝놀라게 하려는 목적으로 서프라이즈 선물을 했다.선물은 내가 좋아하는 물건으로.
남편에게는 옷을 자주 선물했는데 지금도 옷장을 지키며 그대로 걸려있기만 하는 것을 보니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왜 안 입냐는 질문에 결혼 5년 차 이제는 말한다. 자기 옷은 자기가 직접 고르겠다고.자기 스타일이 아니라나...
'뭐? 내가 기껏 생각해서 사 온 건데...'
예전 같으면 서운했을 법한데 이제는 더 이상 서운하지 않다.
선물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선물은 상대방에게 오히려 고민거리를 안겨줄 수 있다.
필요가 없는데 선물을 받았다는 이유로 비우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가지고 있기도 그렇고 그런 경우가발생하는 것이다.
나도 그런 이유로 가지고 있는 물건이 있다. 그런 물건들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상 천천히 비우는 중이다. 사용을 다 하고 비우거나 나보다 더 잘 써줄 사람을 찾는다.(상대방도 이 정도면 이해해주겠지 생각한다. 나라면 이해해줄 자신 있다.)
이런이유에서 이번 결혼기념일 선물은 둘 다 없다.진짜 필요한 게 없기 때문이다.
"필요한 거 생각했어?"
"음.. 나는 진짜로 없어. 결혼기념일이 별건가? 우리끼리 모여서 맛있는 음식 먹으면 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