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또 뭘 비운다고? 너희 집에 비울 게 뭐가 있어. 가서 우리 집이나 비워야겠다."며 말하며 집으로 간다.
아직도 비울 게 남아있다는 것은 그동안 내가 얼마나 불필요한 것들을 짊어지고 살았는지 인생에서 꼭 필요한 것들은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잘 비운다는 것은 무조건 버리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집에서는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다른 사람에겐 꼭 필요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물건은 쓰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버리면 진짜 쓰레기가 되고 비우면 누군가 새활용을 할 수 있다.
중고거래를 통해 소소한 용돈벌이를 하거나 필요한 지인에게 나누는 일은 물건을 잘 비우는 일이고 그 물건에 대한 예의이다.
그리고 비움은 끝이 없다.
집 안을 한 번 훑어보고 비울 물건을 추린다. 이 작업은 결코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미니멀 라이프 3년 차, 비움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이 아직까지 한 번도 없다. 집 안 곳곳에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듯 불필요한 물건들은 찾을수록 계속 나온다. 심지어 매일 사용하는 속옷 정리함의 낡은 속옷들로부터 자주 사용하는 필통의 다 쓴 펜은 비워야 할 대상이다.
어제까지 잘 사용하다가도 오늘부터 필요 없는 물건이 되기도 한다. 특히 아이용품들이 그렇다. 젖병, 쪽쪽이, 장난감, 계절이 지나고 작아진 옷은 비운다.
비울까, 말까의 고민에선 비우는 게 정답이다. 이미 이러한 고민을 하는 자체에서 그 물건은 나에게 소중한 대상이 아닌 것이다. 소중하다면 비운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보탤것이 없을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것이 없을때 이루어진다. 생택쥐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