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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Aug 06. 2020

장난감은 다다익선 아닌가요?

장난감도 미니멀 라이프가 필요해

"드디어 청소 끝!!!"


하지만 돌아서면 10분 안에 우리 집은 다시 장난감 천국.


 아들의 나이는 올해 3살이 되었다.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한 엄마 덕분에(사실은 엄마 때문이겠지만 ) 우리 집엔 장난감이 별로 없다.(그렇다고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우리 집 장난감을 소개합니다'


 1. 나의 욕심으로 거금 주고 산 원목 밸런스 보드( 이건 유일하게 내가 사준 우리 집에 있는 새 상품이다.) 나머지들은 모두 물려받거나 선물 받거나 중고로 구매하거나 주워 온 것들..       

2. 할머니가 어린이 날 선물로 사주신 맥 xxx블록

3. 물려받은 주차타워와 자동차들

4. 쓰레기장에서 득템 한 와플 블록

5. 5천 원에 중고로 산 뽀로로 장난감 피아노 

6. 아랫집 누나가 물려준 미니 주방놀이

7. 아이가 너무 좋아해 가장 최근 중고로 산 기차놀이

8. 최애 장난감 붕붕카


 아이의 장난감들은 아이가 좋아하고 잘 가지고 놀며 커서도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을 빼고 모두 비웠다. 아이의 수준에 맞지 않거나 가지고 노는 빈도가 너무 적은 장난감들은 꾸준히  비울 예정이다.

 가끔 또래 3살 아이에 비하면 너무 장난감이 없나  고민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 아들 친구들이 놀러 오면 혹시나 몇 개 없는 장난감으로 인해 싸우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장난감을 사고 싶지는 않다.      


 지금까지 지켜본 우리 아이는 장난감보다는 자연에서 뛰어노는 것을 좋아하고 물감놀이나 그림그리기 등 미술놀이를 더 좋아하는 아이였다. 장난감은 그저 잠깐의 호기심의 대상이며, 며칠 뒤면 아이의 관심 밖의 자리만 차지하는 도구일 뿐이였다.

자연이 더 좋은 아이


  아이가 어렸을 때, 내가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 집도 나름 장난감이 많았다. 아이의 시기별로 국민 육아 템이라는  것들은(아기 바운서, 보행기, 점퍼루, 아기체육관  등) 모두 우리 집을 거쳐갔다.

국민문짝, 국민아기체육관, 국민타이니모빌, 국민범보의자, 국민튤립사운드북, 국민달팽이인형, 점퍼루까지..보이는 사진이 다가 아니란 사실



  어느 날은 지인으로부터 작은 주방놀이 장난감을 선물 받았는데 아이가 노는 모습을 보고 좀 더 크고 수납공간도 많은 주방놀이 장난감으로 바꿔주고 싶었다.


'주방놀이 장난감을 큰 걸로 사주면 더 놀지 않을까?'  


  잘 노는 데 그냥 놔두라는 남편 말을 가볍게 흘리고,  중고장터를 검색해 아이방에 더 잘 어울리는 원목으로 된 큰 주방놀이 장난감을 샀다.

  ~ 내 예상대로 원목 주방놀이 장난감은 아이방에 찰떡같이 어울렸고 내 맘에도 쏙 들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아이는 주방놀이 장난감을 잘 가지고 놀지 않았다. 그저 새로운 장난감이라서 관심을 가질 뿐, 그것도 아주 잠시 뿐이었다. 주방놀이 장난감 말고도 내 욕심에 들인 물건들은 아이가 잘 놀거라는 내 예상을 빗나갔다. 새로운 장난감을 들이면 들일수록 정리해야하는 나는 더 피곤해져 갔고, 아이를 위한 나의 행동이 반대로 아이에게 짜증을 내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아이  마음에 쏙 든 작은 주방놀이와 엄마 마음 에 쏙 든 큰 주방놀이


내 아이에게 장난감은 필수가 아닌 존재였던 것이다.


   

  어쩌면 장난감은 아이보다 나에게 더 필요한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장난감에게 아이를 맡겨두는 어리석은 나의 행동들을 반성하는 계기가 있었다.


EBS 미니멀육아 장난감 없이 살아보기 편

 우연히 ebs 다큐멘터리 '장난감 없이 살아보기'를 보았고, 큰 충격에 휩싸였다.


"장난감이 오히려 아이의 창의성을 막는다고? 장난감을 가지고 아이 혼자 노는 거 아니었나? 장난감이 과연 없어도 될까?"


  사실 나는 장난감을 고를 때, '아이가 얼마나 이 장난감을 가지고 흥미를 느끼며 혼자 놀 수 있을까? 이 장난감에게 아이를 맡기고 나는 얼마 동안 집안일을 할 수 있으며, 쉴 수 있을까? 새로운 장난감으로 얼마나 육아를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건 굉장히 어리석은 생각이었던 것이다. 장난감은 아이를 놀아주는 존재가 아니다. 장난감은 장난감이란 매개체를 통해 부모와 아이가 함께 소통하며 상호작용을 하고 부모와 아이간 친밀감과 공감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개체인 것이었다.       


  그동안 나는 장난감에 대해 아주 잘못알고 있었던 것이다. 장난감은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한 나에게 이 다큐멘터리는 큰 깨달음을 주었다. 장난감을 모두 없애야겠다는 생각은 아니다. 장난감이 많이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당장 아이방에 가 보았다. 장난감 방안에 가득했고, 그 많은 장난감이제 정리하기도 힘들었다. 많은 장난감이 마냥 아이의 행복과 비례하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또 엄마 입장에서는 정리하는 시간은 배 되고, 그만큼 내 체력이 소비되고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것이 확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에 장난감을 정리하기는 힘들었다. 어떤 것은 상태가 너무 좋아서, 이건 내 마음에 들어서, 저건 비싼 거여서, 등등 고민을 참 많이 한 것 같다.


 다음 날부터 일주일 정도 아이와 같이 놀며 지켜보았다.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은 정해져 있었고, 취향은 확고했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쳐 아이방에 장난감은 아이가 가장 좋아하고 오래 가지고 놀 수 있는 것들만 남겨진 것이다. 그리고 그 장난감 매개체로써 앞으로도 아이와 함께 재미있게 놀이하려고 노력 중이다.


 아이의 최애 장난감만 남긴 현재, 이제 우리는 함께 놀고 정리도 함께한다.


 엄마와 아들, 그리고 아빠도 모두 행복하다.

현재 아이의 방:장난감은 책임질 수 있는 만큼 소유한다.


집에서하는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물감 놀이



아이 장난감, 과연 엄마가 마음대로 정리해도 될까?

 

  아이가 커 갈수록 엄마 마음대로 장난감을 정리하기란 쉽지 않다. 3살 아들도 자신의 주장이 있기 때문에 항상 물어보려고 노력 중이다.


"이건 버려도 될까?" "이건 이제 동생 물려줄까?"


 아이의 기분에 따라 내 마음과 네 마음 똑같은 날도 있고, 아닌 날도 있다. 그렇다면 기다려주면 된다^^


장난감도 물갈이가 필요해

 

 아이가 한 장난감을 아주 오래 가지고 놀아주면 좋으련만..

육아는 절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 중 하나. 

재밌게 갖고 놀다가도 금방 싫증 내는 게 아이 마음.

  아이가 커 갈수록, 또래 친구들과 생활 할수록 아이가 필요한 장난감이나 갖고 싶어 하는 장난감이 생길 수 있다.

 이때 나는 무조건 '미니멀하게 살아야 하니까 사지 않을 거야'보다는 집에 있는 장난감살펴본다. 분명 안 쓰는 장난감도 나오기 마련이다. 미련 없이 중고거래 장터에 올리거나 필요한 지인에게 드림한다면 일석이조. 그리고 아이가 필요한  장난감을 들이면 된다.


새 장난감 들이는 Tip


 우리 집에는 새 상품의 장난감이 거의 없다. 장난감을 안 사는 건 아닌데 저렴히 살 수 있는 지역 중고거래를 이용한다. 처음엔 가격 면에서 싸니깐 샀는데, 거래를 하면 할수록 중고거래의 매력에 빠졌다. 특히 아이 장난감 같은 경우 상태 좋은 중고를 찾으면 득템! 가격도 훨씬 싸고 같은 지역이면 원하는 날 받을 수도 있으며  포장 쓰레기들도 나오지 않는다.


 나는  중고거래는 환경친화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새 상품을 사지 않음으로서 내게서 나올 쓰레기도 줄이고 남에겐 더이상 필요 없는 것을 받음으로서 타인의 쓰레기도 줄일 수 있으니 말이다. 새 상품이 아니라는 것 외엔 장점이 훨씬 많다.


 우리 집엔 쓰레기장에서 주어 온 장난감도 많다. 물론 장난감을 주우러 쓰레기장에 간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분리수거하러 갔다가 상태가 좋고, 우리 집에 필요했던 장난감이면 가져오는 것이다.(쓰레기장에서도 상태 좋다고 무조건 가져오진 않는다.)

 나는 주워오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집에서 새 주인이 잘 가지고 놀면 그게 하나의 환경을 보호하는 일이 되는 것이니까.


쓰레기장에서 주워 온 베스트 3 아이템-장난감 편


1. 요즘 아이의 최애 장난감인 와플 블록 총 47개

2. 폴리 바람개비 풍선

3. 아이방에 있는 영어전집 책 총 50권+창작동화전집 40권

 

거의 새상품같았던 블록을 줍고 신나서 사진찍어놓은 분리수거통 안에 블럭들
하루 한번씩 가지고 노는 잇템
책장 2칸 가득 찬 주워 온 A급상태 책들 (현재 책장은 비운 상태이다)
주워가니 가장 좋아했던 폴리바람개비 풍선
"엄마 손잡아요"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손잡고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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