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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멀리스트 귀선 Apr 09. 2022

하마터면 친환경 음식물처리기 살뻔했다.

대박!! 친.환.경. 음식물 처리기??

엊그제 책을 읽다가 우연히 친환경 음식물처리기에 꽂혔다.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고 환경에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나?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사고 싶은 것이 많이 줄었지만 왠지 친. 환. 경 음식물처리기는 탐이 났다. 가격이 사악한 편이라 선뜻 사지 못했지만 한편으로는 참 다행이었다.(가격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음식물쓰레기 버리러 가는 귀찮음이 줄어들며, 다가오는 여름에 날파리들도 덜 꼬일것이다. 그리고 주방에 놓아도 인테리어를 해치지않을만큼  디자인도 꽤 예뻤다.


살림을 편하게 해주는 3대 이모님이 로봇청소기, 식세기, 건조기라면 4대 이모님은 음식물 처리기라고 한다.(는 말이 있다.) 특히 남자들이 적극 추천하는 살림 템이라고 했다. 우리 집에서는 남편 전담은 아니지만 외출할 때 조금 더 여유로운 사람이  음식물쓰레기를 버린다.(7:3 정도?) 그리고 요즘 하수구에 갈아서 그대로 흘려버리는 음식물 처리기는 환경에 좋지 않다고 한다. (2차 거름망을 통해서 걸러내지 않으면 불법이다.) 그에 반에 미생물이 음식물을 퇴비로 만들어 밭에 버려도 될 만큼 친환경이라는 말에 눈이 더 번쩍 뜨였다.

주위에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진짜 후기를 들어보았겠지만 없어서 후기 검색을 시작했다. 장점부터 단점까지. 사실 친환경이라는 단어에 멀어서 단점은 잘 보이지 않았다. 후기 중에서는 대부분 남편의 강력 추천으로 샀는데 꽤 좋다는 내용이었다.


혼자 고민하니 답이 안나왔다. 그래서 남편에게  "이거 어때?"라고 보냈다. 몇 분 후 답장이 왔다.

"사~"

선뜻 사라는 남편의 말에 청개구리 심보가 도졌다.

 "뭐? 사라고? 왜?"

가격은 본거지?

꼼꼼하게 알아봤어?

괜찮을 거 같아?

미생물 잘 키울 수 있으려나?

관리는 괜찮을까?

냄새는 안 나려나?

음식물 쓰레기는 많이 담기려나?


 무작정 사라는 말에 이것저것 꼬치꼬치 묻기 시작했다.(이쯤 되면 먼저 사자 고한 사람이 누군지 헷갈린다.) 내 마음도 무슨 심보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작정 사고 싶으면 사라는 말에 오히려 남편에게 반문을 하고 말았다. 그러다 최종 결론이 나왔다.


친. 환. 경. 음식물처리기에 눈이 멀어 내가 잠시 잊고 있었다.

이것을 사려는 이유는 음식물쓰레기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친환경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에서 비롯한 생각이었다. 평도 나름 좋고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 수 있다니 얼마나 혁명적인가? 하지만 나는 또 어리석은 생각을 한 것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한 법인데 그것을 간과했다.

집 안의 음식물 쓰레기가 문제라면 해결 방법은 음식물처리기를 사는 것이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가 최대한 나오지 않게 하면 된다.(마 이제부터 음식물쓰레기는 안만들겠다!고는 못하지만...)

설거지가 많이 나와서 힘들다면 (식당이 아닌 이상) 그릇을 조금 줄이면 되지 않을까.


하마터면 (친환경) 음식물처리기를 살 뻔했다.

선뜻 사라고 했던 남편에게 새삼 고맙다.

이 계기로 음식물처리기를 안사는 대신 조금 더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나는 미니멀리스트다.



 현명한 소비자가 세상을 바꾼다
_알랭드 보통


알랭드 보통의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현명한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이 글은 훗날 다시 음식물처리기가 눈에 들어올때 읽어보라고 나 자신에게 쓰는(?) 글입니다.

(음식물처리기에 대한 비난,찬양 글의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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