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서랍장이 있으면 처음에는 정리가 잘 되어서 좋겠지만, 서랍장이 있었을 때 서랍장은 그야말로 보물창고였다.(좋은 말로 보물 창 고지, 사실은 잡동사니 창고였다.) 처음 헐렁헐렁했던 서랍장 안의 물건은 자꾸 쌓여갔고 쌓인 물건은 어떤 물건들이 들었는지 찾기도 어렵게 된다. 갈 곳 잃은 물건들은 서랍 안에 쑤셔(?) 넣으니 다시 정리하지도 않았다. 서랍장 안 자가증식한 물건들은 '언젠가 정리해야지'라고 마음속 한 곳에 숙제로 남을 뿐이었다.
이런 굴레를 잘 알고 있기에 속으로 '서랍장은 무슨!'이라고 외친 후 정리를 했다.
미니멀 라이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중 하나는 서랍장을 두지 않는 것이다.(집에 있는 걸로 대체하거나 물건을 늘리지 않는다. 충분히 잘 살고 있다.)
그리고 한 번씩 우리 집 물건들의 재고들을 파악하는 것이다.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는지를 잘 파악하고 있으면 소비에도 신중해질 수 있다. 그리고 모든 물건이 눈에 보이는 만큼 잘 사용할 수 있다.
바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의 보관은?
아이의 옷이 그렇다. 물려받은 아이의 옷은 길게는 2년 동안 보관할 정도로 사이즈가 천차만별일 때가 많다. 이때 서랍장이 있으면 넣어두면 되겠지만, 아이의 옷은 생각보다 많이 필요 없어서 딱 필요한 만큼만 추려서 보자기에 계절별로 쌓아 묶어두는 편이다. 그리고 계절마다 한 번씩 확인하면서 사이즈를 파악한다. 키가 훌쩍 커버려 한 철도 못 입고 지나가는 경우도 생긴다. 그때 바로바로 비워낸다.(상태가 좋은 옷들은 더 어린 동생을 물려주거나 기부한다.)
미니멀 라이프는 우리 집에 남아있는 물건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게 해 준다. 필요한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을 잘 구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인생에서 불필요한 것에 힘들이지 않는 여유와 삶의 만족감을 높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