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좋아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커피 내리는 시간과 그 여유, 그리고 고소한 커피를 내리면서 맡는 향을 좋아한다. 그래서 언젠가는 나만의 취향으로 꾸며진 커피 향이 가득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꿈이자 로망이었다. 좋아하는 커피 향을 맡으며 가게에 어울릴법한 잔잔한 발라드를 틀어놓고 손님을 맞이하는 상상은 그저 먼 꿈인 줄 알았다.
육아 5년 차=경단녀 5년 차
육아 5년 차라는 말은 즉 경단녀 5년 차라는 말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순간은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약 3년을 24시간 동안 아이와 지지고 볶다 보면 혼자만의 시간도 갖고 싶고 육아 이외에 생산적인 일도 그립기도 하다. 아이가 첫 어린이집을 간 날을 잊을 수 없다. 엄마랑 떨어져 우는 아이만큼 나도 마음도 아팠다. 어린이집 문을 닫는 순간 나도 눈물이 났다. 내 옆에 아이가 없으니 허전하고 이상했다. 하지만 그 순간을 이겨내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아이가 없는 집에 들어온 순간 약 1시간이었지만 해방감이 느껴진 것은 사실이었다. 1시간이 10분처럼 쏜살같이 지나갔다. 가만히 고요를 느끼는 시간도 잠시, '이 시간에 뭘 하면 좋을까' 그 시간만큼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엄마이자 아내로서 말고 내 일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글을 썼고, 커피를 배웠다. 언제든 기회가 왔을 때는 잡아야 하니까.
운이 좋았다
정말 운이 좋게도 좋은 기회로 꿈에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글을 써서 책을 출간했고, 커피를 배워 자격증을 땄더니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게 되었다. 카페 창업을 1도 모르던 내가 갑자기 사장이 된 것이다. 커피를 사랑할 뿐이고 바리스타 자격증만 있던 나는 그렇게 카페가 돌아가는 상황을 하나도 모르고 사장이 되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내가 내 가게에서 커피를 판다는 부푼 마음으로 시작했다. 얼마 후 오픈을 앞두고 나는 생각지도 못한 큰 문제에 부딪혔다.
'카페 운영이 내 가치관과 이렇게 상충할 줄이야'
마냥 좋을 줄만 았던 카페 운영의 로망은 기대에 부푼 나에게 배신을 때렸다. 맛있는 디저트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청결하게 매장을 운영하면
내가 카페 사장이라는 것이 너무 창피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얼마 전 제로 웨이스트를 외치며 책을 출간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한 치 앞의 미래도 못 보고 출근하면 문 앞에 잔뜩 쌓여있는 택배 상자들을 보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가끔은 '그 책 제가 안 썼어요.'라고 부정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가게를 준비하면서 내 평생 받아볼 택배를 다 받은 것 같았다. 택배 뜯기도 귀찮고 분리수거는 더 귀찮고 나름 탄소 발자국을 줄여본다고 온라인 장보다 오프라인 장을 선호하는 나였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의 상가에 카페를 차리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물건이 필요했고, 그 말은 많은 택배를 피할 수 없었다는 말이다.(고 변명해본다.) 그리고 그 택배는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였다. 카페를 차리면서 분명 축하는 받았지만 자꾸만 숨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영 불편했다.
이런 내 고민을 쉽게 누구한테 말할 수도 없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고 내 선택이었으니까. 그렇게 몇 달 동안 상충하는 마음을 갖고 카페를 운영했던 것 같다. 마음 한구석에는 환경을 위하는 마음을 꼭 가지고. 그 결과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지구에게 덜 미안하도록 친환경 매장을 운영할 것이라고 다짐을 했다.
"나는 친환경 매장을 만들 것이다!"
과연 잘한 일일까?
'카페를 차린 일이 잘한 일일까?'라는 생각은 곧 '그래, 내가 안 해도 누군가는 카페를 하니 내가 해서 그래도 환경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운영해보자.'의 생각으로 바뀌었다.
매장에 필요한 물건들은 플라스틱을 지양했고, 불가피한 상황에서 일회용품은 플라스틱이 아닌 생분해가 되는 용기들을 주문했다. 액체로 된 주방세제 대신 이미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고체 세제를 가져와서 사용하고, 고체 세제의 짝꿍 천연 수세미로 설거지를 한다. 앞으로도 사소하지만 지구 친환경 매장을 만들기 위해 매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찾아 열심히 운영할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은 소중한 지구를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매장을 운영하고자(운영하고 싶은) 나에게 다짐하는 글이다. 앞으로도 어떻게 친환경을 위해 매장을 운영하고 매장을 운영하면서 고민되는 글들을 올릴 것이다. 그리고 훗날 어떠한 어려움(가격 경쟁)에 빠지더라도 이 글을 보면서 어떤 마음으로 매장을 운영할 것을 다짐했는지를 새기고 다시 마음을 잡을 것이다. 꼭 작은 매장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 함께 지구라는 큰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 번쯤 지구를 위해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어떻게 하면 지구를 잘 운영할 수 있는지 사소하더라도 작은 실천을 함께 고민해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