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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단비 May 13. 2022

여기, 내가 있어

여기, 내가 있어



누군가의 무엇,

어디선가의 누구로 불러주는 호칭이 아닌, 내 이름을 불러주는 외국의 문화가 참 마음에 든다.


엄마, 딸, 며느리, 동생, 언니, 선생님, 간호사, 작가.. 누군가의 무엇이 된다는 건,  역할 안에 나를 가둔 채 황이 만들어 놓은  나로 살아가도록, 강요받는 듯한 느낌이다.


엄마가 되고 나서  남편은 종종 나를 '별이 엄마'라고 부른다. 나를 불러주는 호칭 안에 아마도 내가 숨어는 있겠지만

 나는 오로지 내 이름 안에 나의 서툰 역할들을 조심스레 넣어 두고 싶은 마음이다.

나는 아직 서툰 만큼 좀 더 배워야 하고 노력해야 하고 성장해야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무엇이 되어 살아갈수록

내 안에 나는 더 큰 소리로 나를 요동치기 시작한다. 여기, 내가 있어!라고...,


누군가의 무엇이 아닌

나로서 살아가는 연습을 거듭할수록

묻혀있던 존재도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매 순간, 여기, 내가 있어!라고 문을 두드리며 세상 밖으로 나와 멈췄던 호흡을 쉬이 내쉬어 본다


_봄 단비

photography by gak_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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