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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훈 해설위원 Jun 23. 2019

죽음에 있어서 품격과 존엄


존엄과 품격이 있는 죽음이란 어떤 사람들에게 허용될까. 많은 이들이 꿈꾸는, 또는 상상하는 넓고 쾌적한 내 집에서 가족들의 미소를 접하며 세상을 뜨는 것은 확률적으로 흔한 일이 아니다. 대개 병원에서 고통과 마주하며 요양원에서 논리와 이성을 잃은 채 또는 아주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난다.




망자의 세계로 떠나는 장면을 가장 따뜻하게 그려낸 것이라면 영화 '인터스텔라'가 아닐까. 조셉 쿠퍼(매튜 매커너히)는 천심만고 끝에 딸 머피 쿠퍼(맥켄지 포이, 제시카 채스테인,엘렌 버스틴)와 재회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서로 다른 차원에서 시간을 보낸 탓에 딸 머피는 조셉보다 훨씬 늙어버린 상황. 인류를 구하는데 힘을 보탠 머피이기에 만인의 존경을 받으며 특히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상태에서 아버지 조셉에게 작별인사를 남긴다.



"No parent should have to watch their child die." 




 "부모는 자식이 죽는 걸 봐서는 안돼요"라는 말로 아버지를 병실에서 나가게 하며 대해 마지막으로 사랑과 배려를 함께하는 머피.




요즘 부고를 접한다. 특히 함께 20대를 보냈거나 동호회에서 만났던 사이일수록 오직 우정으로 만났던 사이었기에 그렇게 만났던 이들을 보낼 때마다 조각칼로 음각된 부분을 손으로 더듬듯 모호했다가 이내 뚜렷한 옛날 일들이 다시금 떠오른다.




떠난 이도 그렇지만 특히 그 가족들은 앞으로 완전히 다른 세상과 마주할 것이다. 그분들에게 한없는 끝없는 위로를 보낸다.




어떻게 떠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아니 그 이전에 여기에 옳고 그름이 있을까. 어떤 식의 이별이 어울릴까. 굴지의 기계공업제작업체인 혼다를 창업한 혼다 소이치로 회장은 자신의 장례식을 '드라이브 쓰루'로 하려고 했다고 한다. 자기 때문에 주변에 정체가 생기는 것도 싫고 자동차로 일가를 이루었으니 차를 몰고 와서 식장을 지나가며 간단하게 목례를 하고 지나가는 형태로 말이다. 물론 주변의 반대로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평생을 엔진과 함께한 그분답다 싶었다.




내가 떠난다면. 되도록 아주 먼 훗날이었으면 좋겠지만 일단 시기로 치면 봄,여름,가을 보다는 겨울이 좋지 않을까. 




봄에 부는 미풍에 누군가를 애도하기엔 


여름의 찬란한 기운에 슬픔을 느끼기엔 


가을의 보드라운 서정성에 절을 올리기엔 


계절이 너무 아깝다. 




차라리 차갑고 추운 날이 좋지 않을까. 그리고 12월이라면 대략 한 해를 보내는 여러 의식과 함께 뒤섞여서 너무 큰 정식적 대미지 없이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며칠 정도만 보내면 새해가 되니 말이다. 내 생일이 6월 11일이나 대략 날짜를 맞춰서 12월 22일 정도면 좋겠다. 뭔가 생일의 2배수가 되니 이윤이 남은 것 같기도 하니 말이다.




"산 사람을 살아야지" 라며 속으로 되뇐다. 


비루하고 경박한 인간이다 보니 추모의 감정에 빠졌다가도 이내 내 삶의 소중함에 눈을 뜬다. 


그런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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