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 때문에 잠을 못자!

배달노동자의 교육학 수업

by 명중호

“와~ 백로가 여기 사네요!”

“저 놈들 때문에 잠을 못자!”

“왜요?”

“백로 새끼들이 밤새 울어싸! 시끄러워 죽겠어.”


배달을 가던 중 머리 위로 큰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백로를 경이롭게 바라보았다. 마침 호수 인근에 사는 할아버지가 있어 말을 건넸는데, 반응이 의외였다.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새들이 눈에 잡힐 듯 가까이 하늘을 날아다니니 반가운 마음에서 말을 건넸지만, 할아버지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불만스레 말하였다.


건국대에는 일감호라는 큰 호수가 있다. 서울이라는 도심에, 그것도 학교 안에 그처럼 큰 규모의 호수가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러다보니 서울이라는 곳에서 볼 수 없는 온갖 진귀한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나 수많은 새들이 호수 아래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을 먹이로 삼고 살아간다. 자연스레 호수는 새들의 천국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호수 주변 산책로에는 높은 나무들이 서있는데, 그 나무들 위로 봄이면 백로와 왜가리, 가마우지 등이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기른다. 어쩌다 한 번씩 나무 아래를 지나다보면 어미가 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소리로 요란스럽다. 그래서 산책로 주변은 백로와 왜가리가 싸놓은 똥과 분비물로 나무 아래마다 하얗게 물들어있고, 그 밑을 멋모르고 지나다 재수 없이 허연 똥 세례를 맞는 경우도 종종 벌어진다.


“코로나가 돼서 더 그래.”

“그래요?”

“코로나 전에는 수업 받으러 학생들이 많이 지나다녔거든. 아침과 저녁에는 동네 사람들이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고, 또 데이트 하는 사람들로 북적대니까 새들이 겁을 먹었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없으니까 알도 많이 까고 그래서 새끼들이 더 많아졌어.”


그랬던 것이다. 봄철 새끼를 부화하여 키우는 백로, 왜가리, 가마우지의 번잡한 지저귐에 동네 주민들은 밤잠을 설쳤던 것이었다. 특히나 코로나로 인해 새들을 괴롭히는 소음이나 인기척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래서 새들이 알을 많이 까고 새들의 개체수가 늘어났고, 우리는 ‘새들의 서식 환경이 좋아졌구나. 잘 된 일이다’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인근에 사는 사람들의 입장은 전혀 달랐다. 더욱 커진 새들의 소음으로 인하여 밤잠을 설치고, 새벽잠도 설쳐야 하는 더욱 고통스러운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새들이 많아져 고통 받는 사람들. 반대로 사람들이 많아지면 고통 받을 새들. 인간이든 새든 한편이 이곳을 떠나면 좋겠지만, 둘 다 그럴 수 없는 처지이기에 인간도 새도 어쩔 수 없이 인내하며 살아가야 한다. 어쩌다 한 번 들르는 뭇사람들은 새들의 진기한 광경에 탄성을 지르지만,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과 새들은 하루 하루의 삶이 시끄럽고 번잡스러운 것이었다.


“학교에다가도 어떻게 좀 해달라고 하는데, 학교라고 별 수가 있겠어? 저 놈들도 몇 십년을 저러고 살았는데, 새끼 귀하다고 저렇게 난리 난리 하는 건데, 봄날 몇 달은 참고 살아야지 뭐 어쩌겠어? 그저 집 쪽으로 날아다니다 똥이나 싸지 않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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