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골프 비행기 앞자리 아가

라차부리 드래곤 힐즈 C.C.

by 꽃뜰

잠이 든 걸까. 비행기 동그란 창으로 들어오는 화사한 햇빛과 함께 뒷자리에서 살짝 보이는 아가의 손은 평화, 행복 그 자체다. 잽싸게 핸드폰을 들고 찰칵 소리 안 나도록 묵음 앱을 작동시키고 셔터를 누른다. 동그란 창으로 살포시 내려앉는 밝은 햇살과 함께 아가의 손은 그야말로 반짝반짝 나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그러나 이 아가. 바로 조금전까지도 비행기 안의 모든 사람들을 심하게 고생시켰다.


으앙으앙 으아아 앙


아, 정말 이 아가는 우리가 김해공항에서 태국까지 가는 거의 다섯 시간 내내 지치지도 않고 빽빽 울어댔다. 앙앙 으앙으앙 응애응애. 한 5개월은 되었으려나. 엄마 품의 아가는 그저 울 뿐이다. 무엇이 그리 서러울까. 태국인인듯한 젊은 부부는 어쩔 줄 모르며 아가를 달래지만 막무가내다. 아가는 더욱 힘껏 빠락빠락 울어댄다. 온 힘을 다해 우는 것 같다. 비행기 안이 떠나갈 듯하다. 비즈니스 석이 끝나는 곳의 비상구 있는 자리가 바로 그 아가랑 아가 엄마 아빠 자리이고 그 뒤가 우리 자리이다. 처음 비행기 안에 들어오며 그야말로 이코노미 석으로서는 최상의 자리인 앞부분이 배정되었다며 좋아했는데 그것도 잠깐 하이고 우리 앞의 이 아가가 비행기 뜨기 전부터 울어대는데 와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걸까. 으앙으앙 앙앙 아앙 목청껏 질러대는 울음. 그걸 바로 뒤에서 계속 듣고 있자니 보통 일이 아니다. 제발 아가야 울음을 그쳐 다오.


스튜어디스가 재밌는 걸 가져와도 맛있는 걸 가져와도 거들떠도 안보며 아가는 막무가내로 엉엉 으앙으앙 응아 앙앙 울어댄다. 앞이라고 좋아한 우리 자리는 최악의 자리였다. 사력을 다해 빡빡 울어대는 아가. 순식간에 귀가 먹먹해진다. 아, 왜 그럴까. 왜 저리 울까. 무엇이 불편한 걸까. 통통한 아가 엄마는 그저 묵묵히 안고 있을 뿐. 곁의 아가 아빠 역시 무언가 해보려 하지만 통하는 게 없다. 밥이 와도 제대로 밥을 먹을 수가 있나. 젊은 태국인 부부가 승객들에게 미안해 어쩔 줄 모른다. 그 아가 힘도 좋아 정말 잠시의 쉼도 없이 앙앙 으아아 앙 심하게 울어댄다. 에구 엄마 아빠 생각도 좀 해주지.


앗, 잠깐 멈추는가? 아빠가 아가를 안고 일어나는데 우리와 아가의 눈이 딱 마주친다. 아, 살짝 까만 얼굴에 동그랗고 새카만 눈. 오뚝한 코. 기다란 눈썹. 아, 너무 예쁘다. 남편과 나는 갑자기 희극배우가 되어 어떻게든 그 아가를 웃게 하려고 이렇게 저렇게 얼굴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본다. 찡그려도 보고 활짝 웃어도 보고 놀라는 시늉도 하고 그래도 안 웃어? 하하 별 짓을 다 한다. 한참을 놀란 듯 신기한 듯 우리를 바라보더니 앗, 웃는다. 웃어. 와우. 살짝 웃는 모습에 오호 드디어 울음을 멈추는구나. 와우. 효과 있네. 우리는 신바람이 나 더욱 그 아가를 웃겨주려 폼 잡는데 아흑 고개를 훽 돌리고는 다시 으애애앵 으앙 으앙으아아앙 더 큰 소리로 울어댄다. 하이고 오오오


아가는 왜 그렇게 울까. 우리나라 아가도 아니고 아가 보는데 자신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웃겨주려 노력할 뿐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그렇게 가는 내내 끝도 없이 빡빡 울던 아가는 태국 거의 다 와서야 잠이 든다. 팔을 한쪽으로 툭 내밀고 잠든 아가. 비행기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밝은 햇살과 함께 툭 던져진 듯한 아가의 손은 하늘나라 천사가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