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C.C. 울산 컨트리클럽
이런 걸 어디서 경험하겠어? 다 우리들 따라왔으니 가능한 거지.
하하 그렇다. 난 남자들 따라 챔피언 블루티에 서 본다. 한 타를 접어주기로 하고. 울산 C.C. 남코스 9번 홀. 남자들은 카트를 세워두고 위로 올라가야만 한다. 카트가 정차하는 곳은 여자 레드티가 있는 곳이니까. 그런데 남편 직장동료 K가 카트를 타고 저 위로 올라가자 한다. 우리는 지금 노캐디로 남자 셋 여자 하나로 공을 치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카트를 타고 올라가니 아주 숲 속 같은 곳이 나오고 거기 챔피언 블루 티가 있다. 남자 백색 티에서 치던 그들 모두가 챔피언 티에서 친다. 맨 꼭대기. 깊은 숲 속. 캬~ 느낌이 아주 다르다. 언제 어떻게 블루티에서 쳐보겠는가. 넵! 큰소리 빵 치고 나도 남자들과 함께 블루티에서 드라이브 샷을 날린다. 빵~ 하하 더 높이 있으니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가는 느낌이다. 어쨌든 자랑해야지. 나 블루티에서 쳐 봤어~
하하 어떻게 남자 셋 여자 하나냐. 요즘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부킹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겨우 하나를 건졌는데 새벽 6시 48분 티오프. 늘 함께 하던 부부를 상상하고 부킹을 했는데 그 부부가 남자는 되는데 여자는 약속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남자 둘에 나까지 셋. 그래서 또 다른 남편 직장 동료가 함께 하게 된 것이다. 남자 셋 여자 하나. 옛날 같으면 부끄럽기도 하고 민폐를 끼치는 것만 같아 절대 그렇게는 안 갔겠지만 이제는 공을 칠 수만 있으면 가고 싶을 정도로 골프가 좋아졌기에 나의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 하하. 옛날엔 골프 약속이 되어있으면 제발 그날 천둥 번개에 비가 휘몰아쳐서 옵션이 되었으면. 그래서 취소가 되었으면... 을 얼마나 바랐던가. 그렇게 공치는 것은 부담이었다. 그렇게 나를 고생시키던 골프. 마음 자세를 바꾸고 달라졌다.
자신감. 그렇다. 자신감으로 똘똘 무장하고 빵빵! 공에 집중하면서 나의 샷은 달라졌다. 예전엔 공 앞에 서면 그래 머리 박고 왼쪽 팔은 쭉 뻗고 턱 아래 오도록 백스윙에서 헤드는.... 온갖 것을 생각하며 빵! 쳐봤자 뻣뻣한 몸으로 친 공이 제대로 가겠는가. 아, 골프는 어려워라. 어려워. 창피해. 그렇게 쪼그라들기만 했는데 마음 다스리기에 대한 책을 읽고 달라졌다. 공 앞에 서서 어떻게 쳐야 하는가를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건 나의 본능에 맡긴다. 그저 난 아, 행복해. 난 이 골프가 너무 좋아. 이상하게 오늘 골프가 잘 되네. 그런 식으로 나의 마음에 마법을 걸뿐이다. 아 감사합니다. 이런 마음까지 더해지며 나의 온몸에서 힘은 쏙 빠진다. 그렇게 클럽 헤드가 어디로 가는가만 느끼도록 한다. 클럽 헤드가 가장 멀리 갔다고 느끼는 순간 백! 맘 속으로 소리쳐준다. 그 집중의 순간은 정말 멋지다. 특히 퍼팅할 때. 홀과 나의 공. 이 세상에 그것만 존재하는 듯 집중하여 땡그랑 홀에 빨려 들어가는 것을 상상하며 밀어줄 때. 귀신같이 들어가는 공. 아 그 짜릿한 맛. 그렇게 나는 집중의 순간들을 즐긴다.
여성이 있으니 너무 좋아요 커피도 두 잔씩이나 먹고
하하 남자들끼리 노캐디로 칠 때 먹을 것은 거의 없다고 한다. 캐디가 있으면 커피라도 타주지만 노캐디면 그런 걸 챙겨갈 남자들이 아니니까 그냥 주어진 생수 한 병만 마실 뿐인가 보다. 그런데 난, 대부분 여자들이 그러하듯 바리바리 먹을 것을 싸갔으니 꼭두새벽 제대로 식사나 들 하고 오셨을까. 한 세 번째 홀에서부터 먹거리를 꺼내놓았으니 그 전 홀에서 모두의 펏이 조금씩 짧았기 때문이다. 아침을 안 먹어서 너무 힘이 없어서 그래. 하하 이제 바나나를 드시고 힘을 냅시다. 그 이른 새벽 우린 바나나를 하나씩 먹는다. 아, 바나나 힘! 그다음 홀에선 모든 펏이 홀을 지나친다. 그렇지. 일단 지나가고 볼 일이야. 바나나 위력 대단해. 깔깔 그렇게 시작된 먹거리. 몇 홀 더 가서 난 쑥떡을 꺼내놓는다. 제가 직접 뜯은 쑥으로 만든 겁니다.라는 생색을 결코 빼놓지 않으며. 하하 와우 너무 맛있습니다. 칭찬이 자자하다. 엣 헴. 거기에 커피까지. 그리고 또 출출해지면 토마토가 나가고 다시 커피가 나가고. 하하
자신감이란 얼마나 중요한가. 그 어떤 레슨을 더 받은 것도 아니다. 다만 마음 상태를 바꾸고 나의 샷은 많이 달라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골프를 즐기게 되었다. 그 집중의 순간들을. 스스로 집중하는 훈련. 나 홀로 존재하는 듯한 무아지경으로 공에 집중하는 훈련. 그리고 땡그랑~ 귀신에 홀린 듯 빨려 들어가는 공을 볼 때의 짜릿함. 남편과 남편 직장 동료들과도 감히 함께 할 수 있게 해 준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자신감! 삶의 모든 곳에 필요한 마음이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