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 K는 걱정이 많다. 8월 말 일박이일 원정경기를 앞두고 이것저것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는지 그녀가 좋아하는 제육볶음이 맛있게 지글지글 까만 개인 쇠 절판에 나왔건만 제대로 먹지를 못한다. 아, 도저히 못 먹겠어요. 안 먹혀요. 왜 그러냐는 내게 힘없이 말한다. 씩씩한 그녀가 말이다. 깨알같이 계획을 적어놓은 공책엔 빨강 파랑 노랑 형광펜이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세상에. 공부 잘했구나. 어쩜 이렇게 필기를 잘해? 노트 정리 대단했겠어. 감탄하며 그녀 노트를 본다. 오늘 의논할 것엔 파랑 형광펜, 회비 얼마에서 예상 지원 얼마까지를 계산해 놓은 것엔 노랑 형광펜, 지원사항엔 빨강 형광펜 캬~ 종목마다 펜으로 마치 시험 보기 전 오답노트처럼 눈에 탁 들어오게 분류되어있다. 차를 대절하면 돈이 꽤 들어요. 그러나 거의 세 시간을 운전해야 하는데 운전하고 공치고 매우 힘들 텐데 지원자가 있을까요? 에서부터 그녀의 고민은 끝이 없다. 너무 그렇게 고민하지 마. 모두 함께 의논하자고. 쉽게 즐기면서 가야지 이렇게 스트레스가 되면 안 되지.
비가 온다. 세시부터 어마어마한 비의 예보가 있더니 아니나 다를까 9홀을 끝내고 나니 세시 임박했고 갑자기 후드득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대단한 일기예보. 그 이전부터 우리의 총무 K는 걱정했다. 이번에 결정할 게 많아서 꼭 모여야 하는데 어떡하지요? 엄청난 비 예보인데요. 모이긴 해야 하는데요. 에서부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단톡 방에서 회의하면 되지 않을까 했지만 단톡 방에서의 이야기는 한계가 있어 안된단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하나씩 결정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멤버들에게 이야기하니 금방 해결된다. 골프장 가까이에 전원주택이 있다는 S가 자기 집을 제공하겠단다. 만약 비가 너무 와서 공을 못 치게 되면 거기서 차를 마시며 회의를 하자는 거다. 오케이. 고민을 오픈하니 모두 해결되네.
12시 45분 티오프인데 비가 곧이라도 쏟아질 듯하니 취소될 것도 같아 집에서 출발을 못하고 망설인다. 정상이랍니다. 일단 모두 오세요. 언제나 회원들의 가려운 곳을 꼭 집어 빡빡 긁어주는 우리 총무님. 그래? 자, 출발. 넵 출발합니다. 총무의 정상이라는 단톡 방 톡에 대기 중이던 모두가 집에서 들 출발한다. 드드드드
비가 이제나 저제나 쏟아질 듯 70미리 이상의 예보에 우리는 바짝 긴장한다. 그래도 3시 이후에 온다 했으니 9홀은 칠 수 있지 않을까. 몇 홀 치다가 비가 쏟아져 그냥 돌아올지언정 옵션이 아니니 티오프 한다. 햇빛 없고 곧 비가 쏟아질 듯하니 아주 시원하여 공치기 최고의 날씨다. 이대로만 제발 우리 끝날 때까지~
9홀 시작하면서 비가 쏟아진다. 우산을 펼쳐 들고 정신없이 쳤지만 그래도 9홀을 모두 마쳤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비가 쏟아지니 이제부턴 옵션이다. 카트에 반짝반짝 옵션 멘트가 뜬다. 즉 취소가 가능하다.
모두 9홀까지는 치세요. 샤워 후 식당에서 회의합니다. 뒤로 줄줄이 무려 4조나 되는 우리 팀 모두에게 공지한다. 쏴아 쏴아 비가 하염없이 쏟아진다. 그런데 참 다행이다. 일단 9홀은 쳤으니 운동도 조금 한 터이고 회의 시간도 넉넉히 확보했으니 말이다. 오후 늦은 시간 티 오프라 18홀 다 치고 회의를 하면 너무 늦어 서둘러야만 하기 때문이다. 비가 무지막지 쏟아진다. 쏴아 쏴아
걱정하지 마. 다 잘 될 거야.
나는 모든 걸 회의에 내놓는다. 우선 차량 지원부터. 그날 차량 지원해줄 분? 운전이 자유로운 자. 세 시간 운전하고 나서도 제대로 공 칠 수 있는 사람. 하하 저요 저요!헉. 총무의 걱정과 달리 세명의 지원자가 금방 채워진다. 와우. 우리 모두는 놀라 박수로 짝짝짝 그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날 점심시간이 애매하니 김밥을 지원하겠다고 Y가 크게 소리친다. 나도 덩달아 떡을 지원하겠다고 크게 외친다. 하하 가는 길 휴게소에서 준비해 간 김밥과 떡을 쫘악 펼쳐놓고 먹기로 한다. 주최 측은 물만 지원하기로. 어때 모든 게 해결이지?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이야기 하기~ 너무 완벽주의인 우리 총무님. 모든 걸 혼자 해결하느라 고생이 많다. 좀 술술술 술 편하게 일을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