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집중의 그 순간

울산 C.C. 울산 컨트리클럽

by 꽃뜰


2020년 6월 22일 날씨는 화창하다 못해 땡볕이다. 해님이 쨍쨍 뜨거운 대낮 12시 48분. 대구에 35도를 넘어가는 폭염주의보까지 내려져 얼마나 더울지 미리부터 겁을 먹는다. 쨍쨍 쨍쨍 그야말로 사정없는 뜨거움이다. 휙휙 정말 너무도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 어느새 한 달이 지나 5월의 만남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6월 만남이다. 2020년 반이 지나고 있다. 눈 똑바로 뜨고 있어야지 빠른 세월에 모든 걸 도난당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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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우면 어떠랴. 대신 왕성한 초록이 우리를 부른다. 맘껏 휘두르리라. 이 좋은 날 좋은 동생들과 함께 빵빵~ 하하 뜨거운 태양 아래 카트가 밀려있다. 반짝반짝 태양은 모든 걸 빛나게 한다. 낑낑 낑낑 먹거리 한 가득 들고 오는 동생들. 다음부터는 먹을 거 들고 오지 말래요. 라카룸에서 잔뜩 먹거리를 나누다 한마디 들었단다. 본래 먹을 걸 싸오면 안 되지만 애매하게 점심시간에 걸려 우리는 요기할 것을 싸온다. 다음부턴 쉿! 그 안에서 나누지 말자. 네네~ 하하 점심을 거를 수는 없고 살짝 먹거리를 챙기되 라카룸에서는 절대 티 내지 말자~ 넵. 자. 이건 1조꺼, 이건 2조꺼. 이건 3조꺼. 이건 4조꺼. 카트마다 한 아름씩 먹거리를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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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클이 많고 큰 행사도 있대요. 그래서 이렇게 밀린 거래요. 빨리 끝내고 집에들 가야 하는데 카트는 줄어들 줄 모르고 해님은 쨍쨍 사정없이 내리쬔다. 땡볕에서도 코로나에서도 안전하여랏. 마스크로 온 얼굴을 무장한다. 하늘은 파랗고 잔디는 초록이고 두둥실 흘러가는 구름은 하얗다. 집중 또 집중. 나의 샷에 집중하며 제대로 쳐 보리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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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쌰 으쌰 체조합니다. 캐디의 구령 따라 하나 둘하나 둘 으랏차차 앞 조가 체조를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 등장도 않는 우리 조 캐디. 이러다 우리 체조 못하겠다. 1조를 따라하잣. 등나무 아래서 엇둘 엇둘 체조를 한다. 1조가 나가면 이제 곧 2조 인 우리가 나가야 하는데 여전히 등장 않는 캐디. 1조 캐디는 저렇게 부지런한데. 우쒸. 하고 있는데 지금 막 라운딩 끝내고 오느라 늦었다며 우리 조 캐디가 헉헉 카트에 앉는다. 뒤에서 운동하는 거 다 봤다며 운동은 생략한다. 열심히 따라 하지 않은 나는 낭패다. 점심도 못 먹고 달려왔다는 그녀에게 우리는 어서 먹으라며 풍성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굶을 뻔했는데 다행이라며 너무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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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오홋. 드라이브샷 멀리멀리 멋지게 날아가는 공. 저거다. 일단 드라이브가 잘 맞고 볼 일이다. 나뿐만이 아니다. 모두들 첫 샷부터 빵빵~ 실수 없이 멀리멀리 보낸다. 쎄컨 샷에 오니 일렬로 나란히 있다. 맨 왼쪽부터 차례로 빵빵~ 집중하여 공을 끝까지 보고 휙! 때리려 말고 온 몸을 휘두른다. 빵~ 역시 멋지게 날아가는 공. 와우. 좋아요 좋아. 잘했어. 이대로만 가면 돼. 가볍게 쓰리온이 가능했는데 헉 벙커로 빠지고 만다. 나란히 함께 가다 벙커에 들어가면서 나의 샷이 꼬인다. 정신만 차리면 돼! 집중! 아, 모래를 너무 팠다. 가다 만다. 겨우 벙커 턱에 올라온 상황에서 칩샷을 하는데 뒤땅. 하이고. 남들 땡그랑땡그랑 파, 보기로 마무리하는데 나만 트리플보기다. 하. 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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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홀이 끝나고 카트에 앉아 뽑기를 한다. 파를 한 A와 내가 빨강을 뽑고 보기를 한 B와 C가 초록을 뽑는다. 파를 하고도 A는 돈을 못 딴다. 나 때문이다. 내가 트리플을 했으니 보기 두 명 보다도 많아졌다. 나 혼자 잃는 건 상관없는데 나 때문에 A가 못 따니 너무 미안하다. 우리는 지금 돈내기를 하고 있다. 왜냐하면 마지막에 캐디에게 팁을 주기 위해서다. 자연스럽게 캐디 팁을 마련하기 위함도 있고 좀 더 샷에 신중을 기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시작할 때 모두 이만 이천 원씩 내고 각 홀에서 뽑기를 하여 같은 색을 뽑은 승리팀 두 명에게 천 원씩 준다. 비록 천 원이지만 돈내기를 할 때와 아닌 때와 집중도가 다르다. 푸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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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트리플보기라니. 스타일 완전히 구겼다. 게다가 파를 하고도 나 때문에 돈을 못 따게 된 A에게는 너무 미안하다. 그렇다고 다음 홀에선 정말 잘해야지 하는 순간 몸엔 힘이 들어갈 게다. 그래서는 안된다. 다음 홀로 가기 전에 나의 이 트리플보기는 깡그리 잊어야만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새 홀은 정말 새롭게! 그래 모든 걸 잊고 새롭게. 삶과 마찬가지야. 언제나 실수는 할 수 있어. 그렇다고 인생이 끝난 게 아니라고. 마찬가지로 트리플 보기를 했다고 오늘의 골프가 끝난 게 아니야. 깡그리 잊고 새 마음으로 파이팅! 마음 다스리기를 정신없이 한다. 빨리 모든 걸 잊고 새로운 샷에만 집중해야 한다. 마치 오늘의 첫 샷을 하듯이. 아, 난 골프가 좋아. 오늘 유난히 잘 되네? 그렇게 억지로라도 긍정 에너지를 불러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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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준비해온 토마토를 먹는다. 그리고 시원한 수박주스. 우리의 먹거리 쫘악. P가 특별한 곳에서 주문해온 정말 맛있는 떡. 겉은 노릇노릇 구운 맛에 안은 쫀득쫀득 부드러운 맛. 그리고 M이 직접 구운 특별 정성 케이크. 인코스 들어가기 직전 밀린 카트들 때문에 넉넉히 확보된 시간에 우리는 간식을 먹는다. 여기서 다 먹어치우자. 오케이. 아, 시원한 얼음 동동 수박주스. 색깔도 너무 예뻐라. 매번 수박을 예쁘게 썰어오던 J가 이번엔 색깔도 예쁜 수박주스를 만들어왔다. 우리는 시원하게 한 컵 씩 마신다. 카트가 어마어마하게 밀려있지만 우리끼리 즐겁다 보니 기다리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S가 예쁘게 삶아 곱게 껍질을 벗겨 예쁜 용기에 담아온 달걀. 허기진 우리 배를 든든하게 채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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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울동이. 본래 여기엔 나이 지긋한 개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사라지고 그의 아들인 듯한 어린 개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이렇게 훌쩍 커서 팡팡 뛰어다닌다. 먹을 걸 주려는 우리에게 올 듯 말 듯 망설망설 그렇다고 훌쩍 떠나지도 못하고 가까이 오지도 못한다. 먹을 걸 내려놓고 우리가 사라져 준다. 맛있게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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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이 아름답게 피어 있는 길, 색색의 수국이 화려하다. 그 모양이 실로 다양하다. 이렇게 저렇게 기뻤다 슬펐다 하다 보면 어느새 18홀. 아니 벌써! 그렇게 매번 아쉬움에 끝이 난다. 집중이란 쉽지 않다. 매번 집중 연습을 한다. 완벽한 집중을 위해 애를 쓴다. 이번엔? 또 잡념이! 그래 다쉬! 동생들과 이야기를 하면서도 속으로 그렇게 마음 다잡기 집중 훈련을 하는 게 스릴 있고 재밌다. 그래서 다음 라운딩을 벌써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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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거창한 전복 사천 어쩌고저쩌고 요리. 오이 먹어도 되나요? 됩니다. 예쁜 오이도 함께 맛있게도 냠냠. 롱기스트 P. 우리 조의 H가 빵! 정말 멋지게 멀리멀리 보냈는데 P가 조금 더 멀리 보냈다. 행운상 M 하하 꽁찌 하고도 그저 즐겁다. J 니어~ 아 좋아라. 그리고 내가 우승! 나보다 훨씬 잘 친동생들이 많은데 오로지 나의 높은 핸디 때문이다. 에고. 그리고 아무 상을 못 탄 특별상, 일명 참가상. 모두 함께 파이팅!!! 우르릉꽝꽝 큰 홀을 가득 메운 거대한 모임의 마이크 소리에 홀 한쪽 구석방을 차지했던 우리들도 정신없이 월례회 그 막을 내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