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는 4개월 만에 결혼했다.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궈먹듯이다. 결혼은 그렇게 누군가가 콩깍지가 씌어 정신없이 서두를 때 이루어지는 것 같다. 나는 대학 때 연애를 했다. 졸업하며 그는 군대에 갔고 나는 대기업에 취업했다. 홍보팀 일이란 얼마나 재밌는지 회사생활이 좋아 죽겠는데 오마 낫 매 달 돈도 주네. 푸하하하 그렇게 신나게 일하고 있을 때니 결혼을 염두에나 두었을까. 그래도 마음은 항상 그에게 향해있었다. 그를 A라 하자.
이쯔음에 이제 혼기라고 엄마는 선을 보라 다그치신다. 뭐 그렇게 엄마에게 반항하는 딸이 아니니 꼭 봐야 한다는 사람과 선을 본다. A는 군에 있고, 나는 대기업에서 아주 잘 나가고, 선을 본 남자는 다섯 살 위로 사업가다. 그를 B라고 하자. B는 그야말로 맘 좋은 아저씨다. 사업을 하다 보니 돈도 많다. 내가 회사에서 끝나면 의례 호텔에 데리고 가 고급 음식을 사준다. 아는 것도 많고 말도 잘 통한다. 무엇보다 참 편하다. 결혼은 이런 사람과 해야 하는 것 아닐까.
B는 내가 좋다며 빨리 결혼하잔다. 그러나 내겐 A가 있어 덜렁 결혼할 수는 없다. 부모님도 나의 결정이 우선이니 잘 생각하라며 재촉하지 않으신다. A와 결혼하려니 겨우 한 살 차인데 나중에 내가 더 나이 들어 보이면 어떡하지? 그게 그렇게 걱정이다. 대부분 네다섯 살 위랑 결혼하던데. 그래야 균형이 맞는다던데. 그리고 더 중요한 거. 이상하게 사랑인데 무언가 편치가 않다. 항상 긴장해야 하고, 예쁜 모습만 보여줘야 할 것 같은 강박감이랄까. 그리고 너무 그런 쪽만 밝힌다. 그는 사랑한다면서 왜 몸을 안 주느냐 다그치고 나는 사랑한다면 결혼 때까지 아껴주어야지 어떻게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냐 한다. 그게 내게는 큰 고민이다.
B는 나보다 나이가 다섯 살 위로 푸근하고 편하고 무엇이고 모르는 게 없고 나를 참 좋아한다. 결혼은 바로 이런 남자와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는 또 너무 그런 쪽으로 밝히 지를 않는다. 그런 건 결혼 후에 하는 거라고. 나를 아끼기 때문이라고. 나중에 자기 뜻을 알게 될 거라고. 그런데 하도 그런 쪽에 시달림을 받았던 나는 그게 또 이상하다.
그래서 어쨌든 결혼은 뒤로 미룬 채 은근히 양다리로 연애만 하며 회사를 다닌다. 그러던 차에 잘 아는 분이 C를 소개한다. 호텔에서 처음 만나는데 손에 책이 들려있다. 앗. 책? 오홋. 나보다 네 살 위인 그는 모든 게 A와 B의 딱 중간이다. 그래서 조금 만남을 가지지만 아무래도 그래선 안될 것 같아 그만 만나자고 한다. 별로 여자들에게 NO! 를 당해본 적이 없던 그로서는 꽤 충격이었나 보다. 그대로 나에게 올인한다. 작정하고 결혼으로 몰아붙이니 A와 B 사이에서 갈등하던 나는 에잇 모르겠다. 그가 이끄는 대로 내버려 두어 결국 결혼하게 된다.
결혼 바로 전날까지도 갈등이다. 몇 년씩 연애한 사람을 놓아두고 몇 달만에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결혼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그래도 그렇게 결혼한다. 내가 C를 결정했던 순간은 아주 단순하다. 그의 하숙집에 놀러 갔는데 책상 위에 있는 조그만 꽃나무에 그가 정성껏 물을 준다. 그 모습이 얼마나 다정하고 자상하던지 하하 그래 이런 남자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