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둘

by 꽃뜰
엄마~ 나 아무래도 전교 일등 같아.


달라도 그렇게 다를까? 작은 애는 나를 큰 애는 아빠를 닮았다. 작은 애는 초긍정적 큰 애는 걱정 또 걱정. 작은 애는 시험 보고 오면 세상이 다 자기 거다. 잘한 것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큰 애는 못내 아쉬워한다. 틀린 것만 걱정하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작은 애의 말은 변한다.

엄마~ 전교 일등까지는 아닌 것 같아.


그렇게 나를 안심시키며 서서히 내려가는 작은 애의 성적은 짜잔 공개되는 날 전교는커녕 반에서 5등이고 틀린 거에 골몰하며 못 봤다던 큰 애는 무려 전교 1등! 성적표를 받아온 날 초긍정적 엄마가 합해져 형의 전교 1등만으로 셋이 손잡고 팔짝팔짝 뛰며 우아아아아아 기뻐한다. 언제나 그렇게 작은 애는 일 퍼센트의 가능에 큰소리치고 큰 애는 일 퍼센트의 불가능에 걱정한다.


그때는 공문 수학이라는 게 유행으로 거의 모든 애들이 하고 있었다. 엄마들이 공문 수학시키느라 고생이라 할 때 난 척척 해내는 큰 애를 보며 이게 무어 힘들다 할까? 했다. 그러나 작은 애가 커서 형처럼 그 학습지를 하게 되면서 매일 싸워야 했으니 아, 바로 이래서 엄마들이 힘들다 했구나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큰 애는 즐겁게 했을까? 그 애는 본래 계산은 너무 좋아했다. 매우 잘하기도 했다. 주위 어른들이 하도 신기해서 막 어려운 숫자를 계산하게 시킬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작은 애는 다르다. 자기가 싫은 건 죽어도 안 한다. 숙제도 안 한다. 피아노도 안 친다. 큰 애는 엄마가 하라는 대로 꾸준히 해서 체르니 40번까지 치게 되었으니 지금도 여차하면 두드드드 피아노를 치며 나름 음악을 즐긴다. 그러나 작은 애는 아니다.

왜 피아노 학원에 안 가?

응. 다 배웠어. 봐봐 엄마.


하면서 피아노 앞에 앉아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라 오너라'를 동동동 두들기더니 이 정도 칠 줄 알면 됐다며 피아노 학원에 가지 않겠단다. 매일 해야 할 것들을 시키느라 회초리 들고 싸우던 나는 속상했다. 어쩜 이렇게 말을 안 들을까 그 애만 보면 으르렁거리게 된다. 그렇다고 내 잔소리가 통하는 것도 아니다. 매일매일 아이와 전쟁이다. 아 어떡하지?

그래! 이건 아니야! 관계 회복! 두 가지를 다 가질 수 없다면 중요한 거 하나만 챙기자. 하나는 버리고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챙기자고! 공부는 때가 되면 하겠지! 그래!


습관적으로 하던 잔소리를 딱! 끊기로 한다. 해야 할 숙제를 안 하고 오락게임 중인데 내버려 둔다. 속에서는 정말 열불이 터지는데 참는다. 두들겨 패서 책상 앞에 앉히면 그날 숙제는 하겠지. 그러나 언제까지? 그래 참아. 다다다다 잔소리를 쏟아내는 것보다 참는 게 정말 몇백 배 몇천 배 더 어렵다. 으으으으 속으로는 화가 나 붉으락푸르락인데 겉으로는 아닌 척이다. 참아. 잔소리 안 하기야. 잔소리를 정말 딱! 끊었다. 매일 으르렁거리며 숙제를 하게 만들던 엄마가 갑자기 조용하니 아이도 이상한가 보다.


이래도? 이래도 엄마가 아무 말 안 해?


하는 듯 숙제는 걷어차고 오락게임에 전념이다. 한 대 때려 공부하게 하고 싶지만 참는다. 그건 아주 쉬운 방법이다. 지금이 게임할 때야? 으르렁 거린다 치자. 그래. 난 참 잘못했구나. 공부를 해야지 오락게임이라니. 진심으로 반성하며 공부하러 갈까? 노노노 반성은 개뿔!


나를 생각해보자. 누구보다도 지금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을 때 나 스스로가 가장 불안하다. 가령 화장실 청소를 미루고 있다 치자. 지저분한 것 보면서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못하고 있을 때 가만 두면 결국 스스로 일어나 청소를 하게 되지만 막 그런 순간에 남편이 화장실이 이게 뭐야? 청소 안 해? 한다면 내가 고분고분 그래 난 참 잘못했어. 청소를 깔끔히 해야지. 그렇게 반성할까? 노노노! 절대 그거 아니다. 해야지 해야지 미루던 마음에 불길이 확 번지며 나에 대한 화까지도 남편에게 쏟아내며 삐딱하게 나갈 것이다.


저 아이의 숙제도 마찬가지 아닐까? 가장 불안한 사람은 사실 당사자다. 내버려 두면 어떻게든 알아서 한다. 그러나 엄마가 나서는 순간 그 애의 불안함은 모두 내게 돌아올 것이다. 그래. 잔소리하지 않아. 너의 삶은 네가 책임지는 거야. 아무 말 말자고. 오락게임? 흥. 그래. 맘대로 하셔. 도리어 난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 그 애 앞에 간다. 정말 그러고 싶지 않지만 미소까지 띠고 칭찬까지 한다.

와. 너 이렇게 복잡한 게임도 해?
어려워 보이는 데 정말 잘하네.
이거 먹으면서 해.


라고까지 했으니 우아 난 위대했다. 한 대 쥐어갈기고 공부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뭐? 간식까지 챙겨주며 잘한다고 칭찬까지? 생글생글 미소까지? 그러나 나의 이 속내를 들키면 안 된다. 진심으로 감탄한 듯 보여야 한다. 난 너의 머리꼭지에 있다. 네 숙제는 네가 해결하거라. 네가 무얼 해도 그저 사랑만 하는 엄마 대책 없는 엄마를 했다. 푸하하하


그리고 그 개구쟁이는 결국 스스로 공부하게 되었다. 알아서 자기 앞길을 헤쳐나갔다. 지금 프랑스 파리의 아주 멋진 곳에서 일하고 있다. 공부 잘하던 큰애는 여전히 잘해 쭉쭉 뻗어나가 지금은 밴쿠버에서 일하고 있다. 아들 둘 모두 세계 속 젊은이들과 함께 어깨를 겨루고 있다. 음하하하 잘했다. 잔소리 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