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갈래?
남편의 질문에 나의 머리는 휙휙 돌아간다. 갈까? 말까? 모처럼 음악 속에 푹 빠져볼까? 어떤 아름다운 소리가 날까? 남자들만 모이는 곳에 나 혼자 괜찮을까? 가지 말고 모처럼 그가 없는 집에서 나 혼자만의 자유를 누려볼까? 하하 이럴까 저럴까?
남편에게는 음악을 즐기는 친구들이 있다. 가끔 부부가 모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남자들끼리다. 모여서 음악 듣고 스피커가 무엇이고 엠프가 무엇이고 저역이 어떻고 고역이 어떻고 케이블이 어떻고 분명 음악을 듣고 있는데 정작 음악보다는 오디오 기계에 더 열을 올리는 이상한 남자들. 어쨌거나 나는 주야장천 그들이 기계의 성능을 잘 보기 위해 틀어대는 이런저런 음악을 듣는다. 기계는 흥미도 없고 들어도 모른다. 그러므로 케이블을 이리 꼽고 저리 꼽고 바쁜 그들 사이에서 나는 음악을 듣는다. 이 아름다운 소리를 이렇게 마냥~ 에 행복해하면서.
나이가 들어서일까? 무거운 스피커를 번쩍번쩍 들어 올리며 이리 바꾸고 저리 바꾸고 하던 그들의 만남이 뜸하다. 모여서 음악 듣는 시간도 줄었다. 그러던 차에 새로 알게 된 분이 우리 음악 듣는 멤버를 초대했다. 낭만이 현실을 이겼다. 음악 듣고픈 맘이 혼자되고픈 맘을 이겼다. 오케이 가잣!!!
이미 셔터가 내려져 캄캄한 곳에 빠꼼히 새어 나오는 가는 불빛. 그곳에서 우리를 맞이하는 의사 선생님. 제2진료실로 쓰려던 곳을 음악실로 쓴다며 안내한다. 안으로 들어가니 아주 작은 방에 음악기기가 가득이다. 그리고 낡은 안락의자 하나. 진료 중 짬이 나면 이 곳에서 혼자 음악을 듣나 보다. 우리들 앉으라고 진료 때 쓰는 듯한 동그란 의자들을 후다닥 다른 진료실에서 가져다 놓는다. 그리고 이제 음악 감상이다. 물론 음악이 시작되고 얼만 안 있어 남편과 그분들은 케이블이 무엇이냐 스피커가 무엇이냐 이것저것 기기들을 묻고 자세히 들여다보고 만지고에 빠져들었지만 난 계속 들려오는 음악만을 감상한다. 아파트 층간 소음 때문이기도 하고 당신의 귀가 나빠지는지 자꾸 크게 틀다 보니 소리 좀 줄이라는 아내의 잔소리가 심해져 아예 기기를 모두 병원으로 옮겼단다. 꽝꽝!!! 시내 한복판 불 꺼진 캄캄한 병원에서 우리는 맘껏 음악을 듣는다.
캬~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이 들려온다. 오홋. 이 곡이 저들 손에 선곡되다니! 와우. 까마득한 옛날 이대 앞 카페 그때로서는 획기적인 싸이폰으로 내려주는 커피가 있고 음악 신청을 받던 특별한 그곳에서 친구랑 나는 항상 이 곡을 신청해 들었다. 빰빠~ 빠 라라라 경쾌하고도 힘차게 시작하는 그 멜로디를 사랑했다. 힘들고 지쳐가던 우리의 청춘에 번쩍~ 힘을 팍팍 실어줬다고나 할까. 음악은 이런 맛이 있다. 그 곡을 즐겨 듣던 바로 그 당시로 나를 마구 데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