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골프하고

by 꽃뜰

남편과 함께하는 골프는 정말 어려워라~어

연습해야지!


내참 어디 여기서? 분명 이건 남편의 억지다. 도대체 라운딩 중에 자기가 가르쳐 준 샷을 연습하라니 그게 말이 되는가? 샷 하는 그 순간에 집중하며 즐겁게 치고 있는 데 찬물 쫙!이다. 본래는 남편 직장 동료 부부 서클로 남자 2조 여자 2조인데 여행 간다고 한 부부가 빠지고 손주 돌본다고 여자 둘이 빠졌다. 즉 여자 셋과 남자 하나가 빠졌다. 한 팀을 취소하고 세 팀으로 하되 씩씩한 내가 남자들 팀에서 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여자 1조, 남자 1조, 그리고 우리 부부랑 남자 두 명. 잘 치는 남자들 사이에서 얼마나 떨리겠는가. 여자들끼리 치는 수다 만발 그 재밌는 걸 마다하고 남자팀으로 와 준 희생타인 나에게 무조건 칭찬 요법을 해야지 이게 뭔가? 우쒸.


샷을 하다 보면 실수도 있다. 어떻게 매번 잘 되기를 바라는가? 그래도 나름 골프 철학을 갖고 샷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렇게 찬물을 쫙! 끼얹다니. 나의 철학은 이렇다. 골프는 어느 정도 되면 그다음부터는 멘틀 게임이다. 멘틀 게임을 강조하는 밥 로텔라를 나는 참 좋아한다. 그의 최근 책 '열다섯 번째 클럽의 기적'을 아주 폭 빠져 읽었다. 마지막 클럽이 무엇이냐. 바로 자신감이다. 그 자신감은 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다독거리며 온 몸이 자신감으로 가득 차도록 스스로 애써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공은 아주 멋지게 날아가기도 하고 제멋대로 해저드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책에서의 주장처럼 그 자신감을 잠시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을 열심히 다독거리고 있는데 그게 그에겐 멍청히 서있는 걸로 보였나 보다. 채를 휘두르며 연습 안 한다고 난리인 것이다. 내참.


개뿔!


자신감으로 무장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나의 철학을 이야기하면 대개 돌아오는 대답이 이거다. 개뿔! 실제 연습을 해야지 멘틀은 무슨 얼어 죽을 놈의 멘틀이냐는 것이다. 실제 연습을 해서 실력을 쌓아야지 멘틀은 개뿔! 하이고. 그래도 난 꿋꿋하게 내 스타일로 간다. 자연을 호흡하며 티그라운드에서 아~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몸에서 힘은 사사삭 빠져나간다. 그때 자신감으로 목표 점을 향해 빵~ 공을 날린다. 그게 모두 빵~ 멋지게 날아갈까? 아니다. 물론 아니다. 그러나 내가 정말 완벽하게 집중했을 땐 놀랍도록 부드럽고 멋진 샷이 나온다. 나름 그런 철학으로 매 샷 집중하고 있는데 우쒸.


연습 안 해?


하 참 미치겠다. 난 책에서 읽은 대로 라운딩 중에는 마음 다스리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채를 들고 연습하는 것보다 집중 훈련을 하며 나의 자신감을 끝까지 유지시키도록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런데 그는 왜 자꾸 쫓아와서 연습하라고 닦달하는 걸까. 하 미치겠네. 그뿐인가.


공을 왼발 앞에 놓아야지. 그렇게 뒤에 아니야!


막 어프로치 샷을 하려는 순간 어느새 내 앞에 온 남편. 또 잔소리가 시작된다. 하이고오오오. 그러나 난 공의 위치 그런 거 세세하게 신경 안 쓴다. 오로지 목표점만을 생각하며 자신감으로 공을 올린다. 그러나 일부러 와서 코치하는 그의 말을 무시할 수 없어 이렇게? 이렇게? 말을 듣는 척하다 보니 나의 샷은 엉망이 된다. 나의 집중력도 사라진다. 아, 남편과 함께 하는 골프는 정말 어렵다. 그래도 함께 한다. 그러면서 세월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