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내가 칵 죽어버리면 그게 행복이라고? 흥!
그게 아니잖아. 말꼬리 잡지 마.
그렇다. 어쩌면 말꼬리 잡기 인지도 모른다. 새벽 두 시 넘어서야 잠자리에 든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렇게 되어버렸다. 왜 2시까지 있었느냐? 저녁 부부 모임에 갔는데 여자들은 모두 '대화의 희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TV 예능프로를 잘 안 보는 우리 집이라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른다. 안 되겠다 싶어 정확히 프로그램 명과 방송국 명 등 여러 가지를 묻는 내게 알쓸신잡에 나왔던 사람들이 하는 거라며 누구도 나오고 누구도 나오고 등등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알뜰신잡? 그것도 모르는데? 알뜰이 아니라 알쓸! 해가며 그걸 안 볼 수가 있냐는 원성을 바가지로 듣는다. 음 꼭 챙겨봐야겠구나.
여보 이거는 꼭 봐야 한대. 정말 재밌대. 특히 배철수와 유시민 편은 꼭 보래.
다시 보기에서 찾아놓고 남편을 TV 앞에 앉힌다. 배철수 편을 먼저 튼다. 처음에는 배철수 학창 시절 따라 자신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빠져드는 가 싶더니 조는 것도 같더니 결국 자기 방으로 간다. 그런데 난 자정이 넘어가도록 배철수 편에 이어 유시민 편까지 주야장천 보고 있다.
늦었다. 어서 자자.
하는 남편 말에 흥! 콧방귀도 안 뀐다. 같이 보자니까 우쒸! 눈도 마음도 몸도 TV에 고정! 꼼짝을 안 하며 마냥 시간을 흘려보낸다. 새벽 두 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자리에 들며 우리 서로 스트레스 주지 말기. 자기 좋아하는 거 하기. 모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함께 TV를 안 본 남편에게 무언가 꽁했던 나는
자꾸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스트레스 주면 나 자다가 칵 죽어버릴지도 몰라.
그랬는가 보다. 거기 응답이 그렇게 죽을 수만 있다면 그건 행복이지. 아마 그랬을 게다. 그런데 난 그걸 꼬투리 삼아 심통을 부린다.
흥! 모? 내가 칵 죽어버리면 그게 행복이라고? 흥흥흥
그게 아니잖아. 아무 고통 없이 갑자기 죽을 수 있다면 그게 행복이라는 거지.
안다 알아. 무슨 뜻인지 알지. 그러나 나는 지금 심통 중. 말발에선 남편이 나를 이길 수 없다. 요즘은 그냥 별 걸로도 다 흥흥흥이다. 매일 나가던 남자와 24시간 집에서 함께 지낸다는 것. 이거 보통일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