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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r 26. 2021

남편 몰래

오골오골오골계다. 봄을 맞아 우리는 나무 밑에 무성하게 자란 풀을 뽑고 거름을 주고 비료를 주느라 기진맥진이다. 계속 오른쪽 팔을 움직여야만 하는 호미질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오른 팔이 아직까지 뻐근하다. 근처 집 안에 뛰놀고 있는 닭을 보았다. 아니. 닭은 닭인데 닭이 아니다. 머리에 하얀 솜털 모자 같은 것을 쓰고 있고 걷는 것도 우아하다. 오골계란다. 하하 오골계. 너무 예쁘다. 그 와중에도 난 3시 20분이 되자 남편 몰래 나의 종목들을 체크했고 한국전력이 탈락이라는 것을 알았고 선물 주식이기에 3시 35분 되기를 기다려 즉각 매도주문을 날렸다. 그리고 체결됐다. 장하다. 원칙을 지켰다. 그뿐인가? 은퇴 후 24시간 함께 하는 남편 몰래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그걸 깜쪽같이 해냈다. 특히 이렇게 멀리 와 함께 일할 때 몰래 하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푸하하하 주식에 대한 고민 보다도 어떻게 하면 남편 몰래 주문을 넣느냐? 차트를 보느냐? 를 고민하는 이 요상함. 그래도 난 계속 몰래 할 거다. 와이? 그의 잔소리가 싫어서. 내 맘대로 하고 싶어서. 오케이! 오늘도 파이팅!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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