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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들고 갈까?

by 꽃뜰

나도 참 그런 맘이 들었습니다. '노트북 들고 갈까?' 정신없이 주섬주섬 갈아입을 속옷만 쑤셔 넣고 집을 나서면서 말입니다. 따르릉 도련님에게서 전화입니다. 아버님께서 좀 이상하시다고. 서서히 준비해야 될 것 같다고. 그게 낮 12시쯤입니다. 세시쯤엔 걱정되어 수시로 드린 전화에 소파에 앉아계시다는 말까지 들었으므로 우린 다음날 새벽 열차를 예매하고 며칠이 되건 아버님과 함께 해야지 했답니다. 그런데 일곱 시 반에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고 정신없이 뛰쳐나왔답니다. 장거리에 운전은 안 되겠고 가장 빠른 케텍을 이용해야 했으니까요. 막차를 가까스로 탔답니다. 노트북은 들고 오지 않았습니다. 아버님께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당분간 아무 글도 못 올린다는 걸 말씀드리려고요. 핸드폰으로 간단히 알려드립니다. 94세 아버님 잘 보내드리고 오겠습니다. 식구들 보는 가운데 아주 평안하게 눈을 감으셨다고 합니다. 댓글창은 닫고 가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사진:시애틀의사진잘찍는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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