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밤 12시가 다가오고 냉장고 안에는 시원한 맥주가 있고 저녁 먹은 배는 슬슬 꺼져가고. 오예 치맥! 치킨을 시키고 맥주를 꺼낸다. 우아아아아아 너무 맛있다. 그렇게 한 밤중 우리의 치맥파티는 벌어졌으니 내친김에 파리에서 근무 중인 아들과 통화한다. 새벽 두 시까지 기다려야 그 애의 퇴근시간이 되어 통화가 가능한데 한밤중 치맥을 하니 까짓 새벽 두 시 아무것도 아니다. 반가운 아들 목소리. 잘 있느냐. 네 잘 있어요~
그리고 오늘 아침. 체중계에 올라간다. 역시 몸이 둔하고 무언가 바지 등이 끼는 것 같으면 영락없이 체중이 불은 거다. 평상시 나의 체중에 2킬로가 불어있다. 밤새 먹어댔으니 어쩔 수 없다. 밤에 먹지 않으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만사 제치고 잠을 자는 거다. 새벽형인 나는 그게 가능하다. 밤엔 무얼 하는지도 모르게 휙휙 시간이 지나간다. 조금만 방심하면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고 배가 그득해진다. 그런 내가 한심해서 또 먹는다. 배가 고파서 먹는 게 아니다. 그걸 딱 끊을 방법 없을까?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 심각하게 다이어트라고 할 것도 없다. 그러나 잠시 먹는 걸 끊어보니 마음과 몸 상태가 아주 좋다. 16시간까지는 아니고 다만 몇 시간이라도 먹는 걸 딱 멈추니 배가 깨끗하다. 무언가 삶을 팽팽하게 만들어준다. 그래 바로 이거다. 저녁 7시 이후 아무것도 안 먹기. 그 정도는 지킬 수 있다. 파이팅!
난 할 수 있다. 암, 할 수 있고 말고. 어젯밤 많이 먹었다고 자학하지 말자. 나쁜 기분은 주변의 모든 나쁜 기운을 몰아온다. 우중충해지면 끝도 없다. 아예 그 싹을 쌍둥 잘라버려야 한다. 그래. 모 어때? 분위기 따라 좀 많이 먹었다. 그래서? 흥!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한다는 게 중요하다. 맑은 정신 깔끔한 뱃속을 위해 나는 먹는 걸 멈출 수 있다.
심각한 다이어트가 아니다. 살금살금 살짝 신경 쓸 뿐이다. 난 이 정도면 괜찮아. 괜찮지 않으면 또 어때! 내 인생인 걸. 잠시 먹는 걸 딱 멈출 수 있는 내가 좋다. 그때 느껴지는 상쾌함이 좋다. 그래서 난 시시한 척! 아무것도 아닌 양 잠시 먹는 걸 멈추는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를 한다. 한 번의 실수는 무조건 용납이다. 푸하하하 다시 하면 된다. 실패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문제는 누가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나느냐이다. 그래. 까짓 치맥파티. 그럴 수 있어. 그 밤은 그것대로 멋진 거고 난 다시 오늘부터 시작한다. 7시 이후 아무것도 안 먹기. 난 할 수 있다. 파이팅!
(사진:친구 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