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우리 집에 손님이 왔다. 세부부가 와서 다과를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직접 뜯은 쑥으로 만든 절편을 프라이팬에 노릇노릇 구워냈고 수박을 사각으로 잘라 수북이 담아냈다. 그리고 참외랑 사과 말고도 쵸코렛이 든 크로와상을 프라이팬에 살짝 덥혀냈다. 음료로는 믹서에 우유와 매실원액 토마토를 듬뿍 넣어 드르르륵 갈아 냈다. 건강식이라며 모두들 좋아했다. 그렇게 우리의 밤은 깊어갔고 난 아무 생각 없이 쑥절편도 먹고 수박도 먹고 빵도 먹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간헐적 단식이라 함은 16시간의 단식을 말한다. 어젯밤 11시쯤 들 해산했으니까 그때까지 주야장천 먹은 나는 11시에 16시간을 더하면 오후 세시에야 무얼 먹을 수 있다. 하이고 그때까지 굶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오늘 12시에 점심 모임이 있다. 명태찜을 먹는단다. 얏호. 좋아라. 그때까지는 간헐적 단식을 하리라. 엣 헴.
하, 그런데 서방님 식사를 챙겨주는 게 문제다. 우리는 매일 아침 달걀을 반숙처럼 아주 맛있게 굽는 듯 삶아먹는다. 오쿠에 밤새 쪄 황토색으로 변하고 오래 둘 수 있고 매우 쫄깃한 그런 달걀을 싫어하는 남편은 매일 한 개씩 반숙으로 삶아주기를 원한다. 내가 발견한 방법은 자그마한 고급 스테인리스 삐삐 냄비에 달걀을 깨끗이 닦아 물을 아주 조금만 넣고 불을 약하게 해 삐~ 소리가 나고 10분 후 찬물에 풍덩하면 촉촉한 반숙이 된다. 그걸 즐기는데 내가 안 먹으려면 달걀도 두 개가 아닌 딱 한 개만 토마토 주스도 딱 한잔만 해야 하니 하 그것 참 어렵겠다. 게다가 그걸 준비하면서 나는 얼마나 먹고 싶을까. 그래도 해보자. 눈 딱 감고 점심 먹으러 나갈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말자. 단 물은 마실 수 있으니 당장 물을 마시자꾸나. 난 할 수 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