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밤 9시. 난 갈등하고 있다. 밥을 먹을 것이냐 아니면 다시 간헐적 다이어트를 할 것이냐. 오랜만에 체중을 재 본 나는 사실 충격이다. 그렇게까지 몸무게가 많이 나가본 적은 없는데 흥! 시시해! 운운하며 살금살금 실행하던 다이어트가 효과를 보았는가 몸무게가 꽤 빠졌기에 그냥 몰라라 했다. 그런데 점점 바지가 꼭 끼고 무언가 옷들이 태가 안 나 체중을 재보니 충격적인 수치가 나온 것이다.
너무 방심했던 내가 한심하기도 하고 조금만 신경 쓴다면 다시 상쾌하게 될 것도 같아 나는 지금 갈등 중이다. 먹을까 말까? 먹자니 늘어난 몸무게가 걸리고 안 먹자니 영 허전하다. 냉장실의 캔맥주가 나를 부른다. 냉동실의 땅콩, 육포, 피스타치오도 덩달아 유혹한다. 먹어? 뒤룩뒤룩 붙은 살이 그건 아니라 한다. 지금 남편은 모임으로 밖에 있고 나 혼자 집에 있다. 아, 그냥 먹어버릴까?
오늘 점심은 보리굴비정식과 간장게장으로 아주 잘 먹었다. 모임 전에 아무것도 안 먹어 시장이라는 확실한 반찬과 함께 정말 맛있게 먹었다. 체중계엔 안 올라가도 어느새 습관이 붙어 점심 모임이 있으면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 하면서 웬만하면 아침을 거른다. 좋은 습관 같다. 그러나 굶었다 먹기에 어쩌면 더욱 허겁지겁 정신없이 먹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디저트로 망고빙수까지 신나게 먹었다. 오늘의 에너지는 모두 섭취한 것 같다. 그리고 집에 와서 요가 가기 전 떡을 한 덩이 먹었고 수박 사각 낸 것을 한 대접 먹었으니 그걸 저녁이라 할 수 도 있으리라. 그런데 그런 것들이 밥은 아니므로 요가를 다녀온 늦은 이 밤, 밥을 먹을까 말까 갈등하고 있다. 요것만 잘 참아 넘기면 상쾌함을 맛볼 수 있는데!
문득 드는 생각. 이렇게 매일 해야 한다면 그걸 간헐적이라 할 수 있을까? 매일 하는 간헐적? 하하 어째 거기는 간헐적이 들어가서는 안될 것 같다. 띄엄띄엄해야 간헐적이지 매일 계속해서 한다면 그게 어떻게 간헐적이란 말인가. 그래도 사전을 찾아볼까? 뒤적뒤적. 오호 간헐적이란 얼마 동안의 시간 간격을 두고 되풀이하여 일어나는 것을 뜻한다. 하하 이따금이 순화어라고 하니 그래 맞아. 이따금 해야지 매일 하면 그게 간헐적인가? 푸하하하
생각해보자. 만약 내일 건강검진이라면? 무조건 굶어야 한다. 그런 날은 잘도 굶지 않는가? 그러니까 지금부터 16시간 굶는 것을 못할 것도 없다. 해볼까? 그래. 지금 몇 시간만 참으면 된다. 지저분한 주전부리를 안 할수록 나의 머리는 아주 맑아질 테고 무언가 힘든 일에 도전한다는 매력도 있다. 만약 내일 11시까지 정말 아무것도 안 먹는다면 아, 그 성취감은 또 얼마나 크겠는가. 지금 무언가를 먹으며 뱃속을 더럽히고 마음을 괴롭힐 필요가 있을까? 성취감은커녕 실망만 가득할 게다. 참아보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