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살이 빠졌어요?"
헉. 이게 몬 일? 바로 그녀가 내게 왜 그렇게 살이 빠졌냐고 한다. 등산 가는 중 "왜 그렇게 살이 쪘어요?" 해서 내게 충격을 주었던 바로 그녀가 오늘 내게 말했다. 왜 그렇게 살이 빠졌냐고. 하하 음하하하 드디어 목표 달성이다.
내가 그렇게 빠졌을까? 아니다. 나의 몸무게는 지금 61.1 킬로그램. 처음 이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보다 2~3 킬로 빠졌을 뿐이다. 그 정도에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나의 정신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저녁 7시 이후의 공복으로 난 아주 매력적인 여자가 되고 있다. 꾸역꾸역 먹어댈 때는 절대 느낄 수 없었던 팽팽한 삶의 긴장감.
이건 정말 다이어트 같지도 않다. 먹을 수 있는 시간엔 맘껏 먹으니 다이어트라 할 수도 없다. 그러면서도 몸과 마음 이토록 상쾌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니 너무 괜찮다. '난 아무것도 몰라요~ 7시 이후엔 안 먹을 뿐야요~ ' 다만 요걸 지켰을 뿐인데 이렇게 밤마다 산뜻하게 지낼 수 있다니. 하하 지극히 단순하고도 쉬운 요걸 난 언제고 할 수 있다. 파이팅!
그런데 오늘은 사실 문제다. 그녀와 함께 늘 모이는 부부들이 왔기에 차와 과일 떡들을 마구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여러 명이 모여 먹는데 다이어트한답시고 홀로 안 먹는 거! 난 그런 거 절대 못한다. 그래서 실컷 남들 먹는 대로 따라먹었더니 지금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데 배가 불러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어느 정도 소화가 되어야 편해질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약속 '난 아무것도 몰라요~ 7시 이후엔 안 먹을 뿐야요~'를 지키지 못하니 살짝 죄책감도 들고 에잇 자포자기에 못났어라 자학도 끼어들려 한다. 노노노! 절대 안 돼! 우중충한 마음들이여 게 물렀거라! 흥! 진작에 싹둑 잘라버려야 해 그런 못난 마음은.
남들 다 모여 먹는데 혼자 '다이어트 중이라 안 먹어요~' 요건 아니지 않은가. 하하 그래 잘했어. 포기만 아니면 돼. 오늘 하루쯤이야 뭐. 함께 어울리는 분위기를 나의 다이어트보다 우선시한 나의 배려에 도리어 박수를 보내자꾸나. 짝짝짝 참 잘했어요. 내일부터 다시 하면 된다. '난 아무것도 몰라요~ 7시 이후엔 안 먹을 뿐야요~' 난 할 수 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