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국수

by 꽃뜰

"콩국수 먹고 싶다."


헉, 어떡하지? 이미 깜깜해졌기에 나는 시계를 본다. 저녁 8시. 나의 먹을 수 있는 시간은 끝났다. 7시가 나의 먹거리 마감인데. 집에서 뒹굴거리다 공원 산책에 늦었다. 이렇게 늦어지면 난 아예 저녁을 포기한다. 와이? 7시 이후엔 먹지 않기로 한 그것만은 지켜야 하니까. 그런데 함께 산책을 끝낸 그가 오늘따라 유난히 냉콩국수가 먹고 싶다 한다.


어떡하지? 혼자 먹게 하고 나 혼자 집에 들어간다? 그건 또 아니지 않은가. 그럼 둘이 식당에 가되 나는 안 먹는다? 그게 가능할까? 내가 과연 맛있게 먹는 그 앞에서 홀로 안 먹고 견딜 수 있을까? 그럼 나도 그냥 함께 먹어? 아, 그러자니 꽤 오래 7시 이후엔 절대 안 먹어온 나의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가 무너질까 두렵다. 단 한 번이 무너지면 줄줄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흠 어떻게 할까?


우리는 핸드폰이며 지갑이며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 잠시만이라도 모든 것에서 해방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배가 고파 먹고 싶어 질 줄이야. 집밥 귀신 남편 입에서 나온 "콩국수 먹고 갈래?" 캬~ 이 귀한 말을 내가 어찌 거역할꼬.


"그래. 집에 가서 돈 갖고 와. 내가 시켜놓을게."


우리 집 앞에는 유명한 국숫집이 있다. 그런데 주문이 들어가고 나서야 모든 걸 만들기 때문에 오래 걸린다. 난 미리 들어가 주문하기로 하고 그는 코앞에 있는 우리 집에 들어가 돈을 가지고 오기로 한다. 딱 한 그릇만 시킬까 잠시 갈등했지만 노노노 "콩국수 2인분이요~" 커다랗게 외치며 빈자리에 앉는다. 행여 저 여자는 혼자 국수를 먹으러 왔나? 하는 시선을 잠재우고픈 맘도 있었을 게다. 난 그렇게 아직도 혼밥이 힘들다. '나 혼자 아니어요. 금방 남편이 올 거예요. 미리 온 거라고요.' 요런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이 나이까지 난 왜 그렇게 혼밥이 어려울까. 어쨌든


"의리상 두 그릇 시켰어. 여보를 위해 내가 오늘만은 그 룰을 깬다."


난 정말 의리녀라며 여보 혼자 드시게 할 수 없어 내 것도 시켰다며 온갖 생색을 내는 내게 그는 정말 그런 것 같다며 껄껄 웃는다. "이건 국물이 더 중요해. 끝까지 다 마셔!" 그렇게 둘이 거대한 콩국수 사발을 싹싹 비운다. 아 배불러.


이런 밤도 있는 거다. 포기만 않으면 된다. 내일부터 난 다시 한다. '난 아무것도 몰라요~ 7시 이후엔 안 먹을 뿐야요~' 파이팅!


(사진:친구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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