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것도 많고 읽고 싶은 것도 많지만 딱! 접고 엄마에게 집중한다. 건강검진받는 엄마 곁에 있기 때문이다.
"이 나이 맞으세요?"
등록하는데 간호사가 몇 번씩 엄마 얼굴을 보며 되묻는다. 절대 그 연세로 안 보인다니 엄마는 함박웃음이시다. 어젯밤부터 밥을 굶어야만 했던 엄마랑 의리상 쫄쫄 굶은 나는 배가 고파 죽겠다. 엄마를 곁에서 밀착 경호하며 영상 촬영실로 향한다. 탈의실 1에서 옷을 갈아입고 촬영실 앞에 있으니 이름을 부른다. 보호자는 못 들어가고 문이 닫힌다. 조금 기다리니 문이 쓱 열리며 엄마가 나온다. 그리고 탈의실로 가는데 앗, 탈의실 2로 가신다. 분명 1에서 갈아입었는데.
"엄마~ 아까 이 방에서 갈아입으셨잖아요."
살며시 탈의실 1로 모시고 나온다. 치매가 오는 걸까? 연세 많으신 엄마가 혼자 사시니 사소한 것에도 자꾸 치매로 생각이 간다. 모든 게 끝났다. 나야 요즘 간헐적 단식 다이어트 중이니 16시간 공복을 잘 참아낼 수 있지만 생으로 굶으신 엄마는 얼마나 배가 고프실까? 견디기 힘드실 게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배가 고프다고 자꾸 말씀하신다. 유명한 삼계탕 집으로 향한다. 아, 그런데 배가 고파 죽겠는데 너무 유명하고 점심시간이라 줄이 끝도 없다. 하이고. 그래도 이런 유명한 곳에서 먹어야 더 맛있다며 참고 기다리자 하신다. 드디어 자리 잡고 뽀글뽀글 끓는 삼계탕 도착. 아~ 맛있다. 폭풍 흡입. 하하 그득한 배를 끌어안고 느긋하게 산책하듯 걸어서 집으로 온다. 다행히 엄마 집 바로 옆이 대학병원이다.
"이렇게 큰 병원을 걸어서 다니시니 얼마나 좋아요. 절대 멀리 가지 마세요."
난 자꾸 엄마에게 다짐시킨다. 건강지식이 난무하는 할머니들은 관절은 어디가 좋다더라. 허리는 어디라더라. 꿰차고 계시며 아무리 멀어도 그런 병원에 가시려 한다. 그때마다 나는 말린다. 가까운 곳이 제일 좋다고. 집에 가는 길에 엄마가 아침마다 산책하는 아주 작은 공원이 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찻길 아닌 공원 안 길을 이용한다. 그런데 공원 가운데쯤 왔을 때 어느 분과 반갑게 인사한다. 엄마보다 많이 젊어 보이는 분이 보호자와 함께 앉아계신다.
"나, 큰 수술받았어요. 운동도 소용없어요. 뇌가 터져 난리였어요. 이젠 혼자 못 나와요."
그분은 말끝마다 운동도 소용없다고 한다. 엄마가 정말 운동이 소용없다고 생각하시게 될까 봐 빨리 거길 떠나면 좋겠는데 한참을 그 분과 이야기하신다.
"저분이 정말 운동 열심히 했거든. 이곳에서 제일 열심이었어.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안 보이더니 쓰러졌었구나. 그래서 운동도 다 소용없다고 말하는 거야. 그럴 만도 하지. 정말 열심히 했거든."
엄마가 매우 안타깝게 말씀하신다. 아하 그래서였구나. 아, 그분이 다시 그때처럼 열심히 운동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