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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Feb 09. 2022

태국골프 9 천하태평 개님~

잠시 쉬어가는 태국 이야기

마지막 18번 홀. 거기 아주 괴상한 벙커가 있다. 그린 바로 앞에 있는 벙커인데 일단 그 벙커에 빠지면 과연 탈출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곳이다. 왜냐하면 너무 깊다. 그 안으로 들어가는 돌계단이 있을 정도니까. 그리고 벙커 주변은 자연스러운 턱이 아니라 아예 나무 기둥으로 빡빡하게 둘러쳐져 있다. 한 1.5미터 정도의 통나무가 빽빽하게 세워져 있는 모습. 음, 통나무 싸우나 탕을 연상하면 될까? 그런 싸우나 같은 곳에 바닥에 모래가 있는 모습이랄까. 흐유, 저기 빠지면 어쩔 뻔했어? 하면서 그린으로 올라가기 전 항상 그곳을 들여다본다. 무시무시한 그 통나무 아래 깊은 벙커를. 


그때마다 우리는 발견하였으니 태평하게 팔다리 쭉 뻗고 잠들어 있는 개. 아니, 공에 맞으면 어쩌려고? 아니, 이 속에 개가 있으리라고 누가 생각하겠어? 만약 만약 공이 저 안으로 들어갔다면? 하이고. 그런데 이 개 정말 천하태평으로 쿨쿨이다. 난 일단 찰칵 인증숏을 찍고 그리고 연구해본다. 왜 이 곳에 개가 있을까?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우리는 그 벙커 안에서 태평하게 잠자고 있는 바로 저 개를 발견한다. 


하하 그 벙커는 정말 너무 깊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한쪽으로는 땡볕이 가려지고 시원한 그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골프공이 얼마나 위험하다는 걸 저 개는 모르는 걸까? 아, 그래도 천하태평으로 쉬고 있는 저 강아지가 있는 곳은 정말 절묘하게 멋지게 그늘져있다. 딱 그 개가 누울 만한 딱 그 자리만큼만. 그리고는 사방팔방 온통 땡볕이다. 그늘이 없다 그린 근처에는.


골프공이라는 위험이 언제라도 닥칠 수 있는데 하긴 골프공이 그 벙커 안의 개를 명중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그래도 그 작은 확률때문에라도 우리 사람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일을 개는 그저 천하태평으로 누리고 있다. 하하 그냥 땡볕 아래 벙커 속 그늘을 보는 것도 시원하고 그 안에서 쿨쿨 잠자고 있는 개를 보는 것도 통쾌하다. 무언가 닥쳐올지도 모를 불행을 딱 무시하는 것만 같아서. 운명아 비켜라 내가 나간다! 모, 이런 자세 아닐까. 푸하하하 퍼팅을 하면서도 짬만 나면 벙커 속 개를 구경한다. 하하 토닥토닥 잘 자세요 천하태평 개님~ 푸하하하


https://youtu.be/sECxvALn20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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