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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y 26. 2019

50년 전 광화문 덕수국교 친구들

참밸리 C.C. 에서 골프

50년 전 광화문 덕수 국교에서 함께 뛰놀던 친구들과~

<2019년 5월 21일>



우리가 어디서 이런 이야기를 실컷 할 수 있겠어? 덕수니까 가능한 거야.



하하 그렇다 여기니까 가능하다. 엄마 아빠 치맛바람 이야기며 그 당시 최고였다는 덕수 이야기를 이렇게 실컷 할 수 있는 것은. 윤표랑 대영이와 함께 모든 것 끝난 뒤 차를 타고 수서역을 향해 가면서 소곤소곤 때론 왁자지껄 덕수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차창밖으로 롯데빌딩이 아름답게 빛난다.



우리들 아마 밤도 꼴딱 새울걸? 이야기가 좀 많아야지. 어떤 곳을 건드려도 팡팡 공감하는 추억이 줄줄~



그건 맞다. 신나게 밥을 먹으면서도 우리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고 시끌벅적 이야기가 많았는데 헤어지는 순간까지 안녕 인사 다 하고도 다시! 커피 한 잔~ 하며 식당 앞 벤치에 앉아 이야기 또 이야기. 헤어질 줄을 모른다. 여자 회장님의 위력은 대단하다. 금년에 새로 취임 후 3월, 4월, 5월, 이제 겨우 세 번 라운딩일 뿐인데 다섯 조가 꽉꽉 차는 20명의 기라성 같은 골퍼들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으니 말이다. 이런 회장 쉽지 않아. 우리 덕수 56 골프가 다하는 순간까지 최혜원 회장님을 잘 모십시닷. 하하 우리는 삼삼오오 그런 이야기를 막 한다.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혜원이 오늘의 우승 윤표를 시상한다.



그런데 오늘 윤표는 정말 바람만 훅 불었다면 큰일 날 뻔! 했으니 하하 퀸즈 5번 홀에서 세상에 0.00005 미리랄까 혹 불면 들어갈 바로 그 자리에  공을 붙였다. 그것도 니어를 시상하는 홀에서 말이다. 오늘 우승 상을 타는 바람에 니어를 숙경 언니에게 내주었지만 와우 땡그랑 들어갔다면 홀인원!!!  20명의 그린피를 모두 내야 할 뻔!!! 했으니 와우.



홀인원 할 뻔!!! 한 윤표와 함께 한 광윤이, 종균이, 동언이는 난리가 난다. 인증숏을 찍느라 축하해주느라 사인 주고 기다리던 앞 조 캐디는 깜짝 놀라 펄쩍펄쩍 뛰느라. 완전히 들어가는 것 같던 볼 앞에서 작은 소동이 인다.



오랜만에 나온 이호가 준우승. 나오니까 참 좋다. 이제 열심히 나오도록 할게.  그런데 이호 장타 실력이 어마어마해 함께 친  재호가 꼴찌가 되어버리더라는. 그렇게 무시무시한 장타력을 소유한 이호. 많은 친구들의 열렬한 환영과 박수를 받는다. 누님, 제가 지금 꼴찌예요 꼴찌. 재호가 나를 보고 막 엄살을 핀다. 최정식, 장시창, 이 호, 무시무시한 장타들 사이에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한다. 저 꼴찌예요. ㅎㅎ  그리고 보면 우리 덕수 56 골프에 정말 장타들 많다. 공 잘 치는 덕수 56 골프 멋져라. 아 멋있어.



무려 240 미터를 날려 롱기스트를 거머쥔 재하. 혜원이랑 나랑 롱기스트 홀에서 빵~  날린 드라이브샷  정말 멋지게 슝~ 날아가 페어웨이 한가운데 안착. 둘이 나란히 롱기스트 명단에 올랐다. 그러나 혜영아, 우린 얄짤 소용없어. 너도 상 탔고 나도 상 탔잖아. 이젠 사람이 많아서 한 번 그 어떤 상이라도 탄 사람은 탈 수 없어. 하면서 이미 기대감을 박탈시키더니 아니나 다를까 재하만 롱기스트를 받는다. 혜원이랑 나랑 정말 멋진 샷이었는데. 하하



재하가 롱기스트 상을 받게 된 데는 함께 한 멤버 탓도 있으리라. 따뜻한 마음 사랑의 친구들과 함께 하다 보니 기분이 좋아져서 빵~ 롱기스트 까지 된 거 아닐까. 숙경 언니는 홀에 정말 잘 붙였다. 니어 주는 곳이라면 몸에 뻣뻣이 힘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부드럽게 휙 날리더니 그린에 안착. 나랑 혜원이랑 봉희 언니는 아쉽게도 그린 에지에 나란히 퐁퐁퐁



혜원인 여전히 배를 얌전히 깎아왔고 사과도 깎아왔고 그리고 워커힐 빵도 사 왔다. 봉희 언니는 에너지바를 준비해 우리를 먹인다. 상용이가 전해 준 초코바와 함께 우리의 라운딩은 언제나 먹거리가 풍성하다.




영림이 있었으면 아마 날아갔을 거야. 맞아요 맞아. 



우리는 오늘 결석한 영림이 이야기를 많이 한다. 바람이 바람이 얼마나 심하게 부는지 홀의 깃대는 부러질 듯 흔들흔들 90도 이상으로 휙휙 휘어지며 위태위태하고, 홀 위의 공은 바람에 쪼르륵 굴러가기도 하고, 몸은 다리로 꽉 지탱하지 않는 한 쓰러질 것만 같고,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바람이다. 영림이는 작고 날씬하다. 그 가녀린 몸에 이런 거센 바람이면 휙 날아갔을 거라며 바람이 불 때마다 영림이 이야기를 한다. 하하




심해지는 바람은 두터운 옷까지 꺼내 입게 만든다. 꼭 여기가 높아서가 아니라 오늘 전국적으로 바람은 심하게 불었다 한다. 그래도 위로 위로 산꼭대기로 높이높이 갔다가 또 아래로 아래로 끝없이 내려가는 산꼭대기에 있는 참밸리 C.C. 라 더욱 바람이 세게 부는 것 같다. 휘잉 휭~





앗, 양귀비다. 티그라운드 곁에 간간이 피어있는 양귀비. 정말 매력적인 꽃 아닌가. 우리는 이렇게 꽃도 보며 하늘도 보며 즐겁게 공을 친다. 초등 6학년이 몇 살인가? 13살. 지금 우리가 63이니 꼭 50년 전 이야기다. 광화문 덕수 국민학교 본관 3층 복도 끝 자료실 옆이 우리 6학년 7반이었으며, 반에서 가장 키가 컸던 혜원이랑 나는 항상 맨 뒤에 둘이 짝으로 앉아있었다. 그때 그 교실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게 벌써 50년 전이란다. 세월은 그렇게 휙휙 빠르게 지나간다. 바로 그때 그 짝지인 혜원이랑 나는 지금 함께 공을 치고 있다. 열세 살의 우리가 육십이 넘어서 말이다. 




이거 달걀 꽃이야! 



이호가 자신 있게 말한다. 참밸리 C.C. 를 수놓고 있는 화려한 꽃들, 둘레가 하얗고 가운데가 노란, 참으로 달걀프라이처럼 생긴 이 꽃을 보고 이호가 말한다. 그러나 캐디에게 물어본 결과 마가렛이란다. 그래서 우리는 달걀 닮은 마가렛이라며 깔깔 웃는다.



골프장 곳곳에 지천으로 깔려있는 마가렛. 정말 너무너무 예쁘다. 캐디도 계절 따라 변하는 꽃들의 잔치를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제 다음 달엔 마가렛은 지고 노란 꽃들이 곳곳에 있을 거예요~ 아, 5월일 뿐인데 잔디는 완전히 파랗고 그리고 하얀 마가렛과 간간이 빨간 양귀비가 너무 예쁘다.



너희들 보면 항상 너무 좋아. 정말 좋아. 오래오래 함께 하자. 



정말 오랜만에 나온 민형이의 한 말씀. 그저 좋아서 싱글벙글. 그를 보는 우리도 싱글벙글. 점심도 못 먹고 강릉에서 달려와 혜원이가 사 온 워커힐 크림빵을 라운딩 전 허겁지겁 먹는 그에게 행여 체할까 물이랑 같이 먹어라 천천히 먹어라 잔소리를 해대는 우리는 모두 모두 덕수 동창, 교가에서 늘 외치듯  정성껏 의좋게 씩씩하게~



키 184 Cm의 완주랑 공을 딱 두 개 들고 왔다는 승언이. 와이? 그만큼 공에 자신 있으니까. 결국 이븐파에서 겨우 2개 오버하는 멋진 스코어를 기록한다. 그리고 빨강바지 관종이! 맹렬 총무님. 주말마다 낚시에 푹 빠져있다는 민형이. 그 귀한 고기들을 모두 남들 주고 있다 해 우린 너무 아쉬워한다.



밸리 코스로 1조, 2조가 가고 퀸즈 코스에 3조, 4조, 5조가 간다. 환하게 내리쬐는 햇빛 아래 단체 관광버스가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단체로 온 것 같다. 그 덕에 카트가 많이 밀려 앞 팀이 나가기까지 시간이 널널 여유 만만이다. 숙경 언니~ 여기를 보세요~ 이 참에 물 만난 고기 마냥 신나게 팡팡 사진을 찍어 대는 나. 그러는 내가 영 못마땅한 봉희 언니는 멀리 피신 가시고, 착한 숙경 언니는 살짝 폼을 잡아주시고~ 헤헤


그만 좀 찍어! 



결국 소리치는 봉희 언니 말에 딱 멈출 나일까? 노노노 아니다. 하하. 기다리는 김에 아예 퀸즈 코스로 온 세 조를 모두 불러 모아 찰칵찰칵. 혜원아~ 우리 여기 풀밭에 앉자. 이렇게? 아니 철퍼덕. 그렇게 난리 치며 끝내 세 조 단체사진을 찍고야 말았으니 나도 참!!! 참참!!!



티그라운드에 예쁘게 피어있는 양귀비. 너무 매력적인 꽃. 오늘 나는 저녁식사 때 혜원이, 봉희 언니, 숙경 언니와 함께 공을 친 김에 비주류가 아닌 주류에 꼈다. 차를 운전해야 해서 인지 많은 친구들이 비주류에 앉아있다. 20명이니까 테이블이 둘로 나뉘어 모두가 함께 대화 하기는 힘들다. 항상 아쉬운 점이다.



공을 치고 노곤 노곤한 몸들. 그래도 원샷! 외쳐대며 마시는 시원한 맥주. 그리고 봉희 언니가 제조해주는 빠뜨롱 데낄라~ 모든 게 편안하고 흐뭇하고 대화가 무르익는다. 언제까지 우리 이럴 수 있을까. 언제까지 이렇게 공치고 밥 먹고 술 마시고 이야기하고 웃을 수 있을까. 지금 우리 나이 예순셋. 아무리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 해도  도무지 7년 후면 칠십, 17년 후면 팔십. 허거덕



어서들 와~  사진 촬영~ 



언제나 이렇게 저렇게 친구들 챙기기 바쁜 시창이. 그 옛날 덕수 국민학교 시절 핸드볼부에서 바나나 슛을 제일 잘 날리던 시창이가 친구들을 불러 모은다. 이렇게 잘 도와주는 친구가 있어서 사진사는 즐겁다. 정말 즐거운 골프가 막 시작되려는 찰나이다. 세상 근심 걱정 모두 다 내려놓고 잠깐이나마 50년 전으로 돌아가 덕수 꼬맹이들 되어 깔깔 웃음을 쏟아낸다. 참 멋진 일 아닌가. 사는 것도 제각각 일하는 것도 취향도 모든 게 제각각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덕수 그 50년 전 아이들로 돌아간다. 동창이기에 가능하다. 소중한 인연이어라.



파란 하늘에 흰구름 두둥실. 그런데 우리의 혜원이 정말 회장 잘한다. 그녀가 취임하고 금방 다섯 조 가득이다. 혜원이는 우리 대원들 하나하나를 진심으로 이렇게 저렇게 챙긴다. 일일이 친구들마다 손잡고 악수하고 근황 묻고 그런 게 아예 몸에 배어있다. 하하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다. 암.


인코스 들어가기 전, 잠깐 쉬는 시간에 혜원이가 사 온 워커힐 빵을 먹으며 즐거운 친구들. 관광버스 타고 온 단체팀 때문에 무려 30분 정도 기다린 것 같다. 그래서 마치는 시간이 꽤 늦어진다. 따스한 햇빛 아래 하하 푸하하하 그래도 우리는 웃음을 쏟아내며 마냥 즐겁다. 구비구비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높은 산에 위치한 참밸리 컨트리클럽. 어떻게 모여도 우리 친구들은 할 말이 많다. 오늘의 홀인원 할 뻔!!! 님을 모시고 막 출발하려 하고 있다. 여기를 보세요~ 하면 만사 제치고 포즈 취해주는 우리 멋진 친구들.


윤표야 잘 쳐! 알았어 너도! 



하하 들리는 듯한 이런 서로의 격려 덕에 윤표가 홀인원 할 뻔!!! 했을까. 어느새 세월은 흘러 흘러 덕수 56 골프도 몇 년째 흘러가고 있고 그 흘러가는 세월 따라 우리의 우정도 깊어만 간다. 저기 저기 저쪽으로 가야 해. 어서 서두르자. 왼쪽이냐 오른쪽이냐 헷갈리다 오른쪽! 방향 결정. 서둘러라 서둘러. 퀸즈 코스로 직행! 가잣!


너! 사진 좀 그만 찍어! 



상용이는 정색을 하고 내게 말한다. 그런데 난 또 그 애를 찍고 말았다. 하이고 나도 참참참!!! 왁자지껄 그러는 새 우리의 공 칠 차례가 다 되었다. 자, 이제 서두르자. 공을 치러 가자. 모두들 발걸음이 바쁘다. 따스한 해님 아래 화창한 날씨. 공치기 너무너무 좋은 날. 싫으면 싫은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그럴 수도 있지 흰구름 흘러가듯 두둥실 둥둥~ 우리는 50년 전 광화문 덕수 국교 꼬맹이들 하하



호야~ 오랜만에 나온 기념으로 찰칵. 거기 서봐. 내가 늘씬하게 찍어 줄게.  



나도 참참참 오지랖이 도를 넘는다. 이 애는 이래서 저 애는 저래서 왜 그렇게 내게는 애들마다 사진 찍을 이유가 차고 넘치는 걸까. 하이고 오오오 


완주야~ 정식아~ 서봐. 내가 늘씬하게 찍어줄게. 



하고는 땅바닥에 굽히고 앉아 위로 높이 핸드폰을 치켜들며 찍는다. 오홋. 늘씬하게 나왔다. 나의 오지랖은 어쩔 수가 없다. 그래. 맘 가는 대로 두둥실 흰구름 흘러가듯이. 


 


육체는 육십 년을 넘어 살아온 그 연륜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이렇게 50년 전 덕수 친구들을 만나는 순간 팍팍 되돌아가는 세월이여~ 그때 그 광화문 덕수 국교의  어린이 되어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하 푸하하하 세월을 잠시 내려놓고 맘껏 그때 그 개구쟁이들이 된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뿐. 예쁜 꽃 파란 하늘 두둥실 흰구름 50년 전 친구들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가슴이 팡팡 기쁨으로 부풀어 오른다. 풀 냄새 피어나는 잔디에에 누워~ 어릴 때 부르던 동요가 절로 입으로 나온다. 




봉희 언니는 늘 빠뜨롱 데낄라를 들고 온다. 소설책에서나 보던 데낄라가 그래서 이젠 나도 친숙하다.





데낄라만 들고 오는 게 아니다.  초록빛 라임도 깨끗이 닦아 조각 내 오고 커피도 가져온다. 만발의 준비를 해 놓은 상황에서 식당에 얼음을 부탁해 한 사발 받아 놓고  정성껏 조제에 들어간다. 나란히 늘어놓은 맥주잔에 우선 빠뜨롱을 적당히 담고 그 위에 얼음, 라임, 커피까지. 정성껏 정성껏 조제하는 봉희 언니.





짜잔~ 드디어 완성되는 봉희표 빠뜨롱 데낄라! 주류에게 쫘악 나뉜다. 오늘 주류 쪽에 자리 잡은 나도 한 잔 쭈욱 들이켜려는 순간 독하다. 조심해. 나의 여고 선배님 봉희 언니의 주의 권고! 옛쏠!!! 하하.




언니, 구름이 우리를 따라오고 있어요.



"그렇지 그게 뭉게구름이지 두둥실 두리둥실 떠다니잖아". 숙경 언니랑 나랑 파란 하늘에 동동 떠가는 구름을 보며 무언가 통한다. "오늘 왜 저렇게 구름이 예쁜 거야. 뭉게구름 참 오랜만에 본다." 곧 혜원이도 동참한다. "저거 찍어봐 저 하얀 뭉게구름 찍어." 모두의 원성에 찰칵찰칵. 공 한 번 치고 하늘 한 번 보고, 공 한 번 치고 구름 한 번 보고~ 헤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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