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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r 17. 2022

똥꼬 수술 13

바로바로 그분은 우리 아파트 앞에서 마트를 하던 분이었다. 나와 같은 헬스장에 다녀서 오며 가며 낯이 익었던 것이다. 요즘 그 마트는 편의점으로 바뀌었다. 편의점에서 그 마트를 달라고 하도 졸라서 권리금 받고 내주었다며 그 마트를 시작할 때부터의 이야기가 술술술 술 나온다. 지금 어디 살고, 무얼 하고, 어떻게 이 병원에 오게 되었는지가 그 잠깐 사이에 다 나온다. 


갑자기 밑으로 무언가 빠져나오며 너무 아파 수술하게 되었어요. 항상 뭐가 잡혀서 수술해야겠다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터진 거죠. 진작에 할 걸 그랬어요. 절대 병은 키울 거 아니에요.
하 우리 먼저 알았으면 좋았을 걸요. 그 긴긴밤을 서로 보지도 못한 채 꼭꼭 커튼 속에 갇혀서 지냈네요. 
그러게 말이에요. 


옆 침대의 젊은 아가씨도 옷을 다 갈아입고 합류한다. 


너무 조용해서 책장 넘기기도 조심스러웠어요. 그런데 하도 조용해서 저도 책 한 권 다 끝내고 가요. 


젊은 아가씨가 명랑하게 말한다. 이것도 인연이라고 헤어질 때 우린 혹시 만나게 될 날을 기약하며 전화번호를 주고받는다. 그 잠깐의 대화에 확 친해진 것이다. 별별 이야기를 다 하다 모두 떠난다. 


5인실 복작대던 방에 나 혼자다. 널찍한 방. 커튼을 모두 걷는다. 훤하게 뚫린 침대 다섯 개의 방에서 다다다다 혼자 노트북을 신나게 두들기고 있다. 아프지는 않고. 무통주사 떼었는데도 아프지는 않고. 이제 점심때가 되면 밥이 올 테고 괜찮네. 휴일 하루 병상을 내가 지킨다. 이따가는 드라마를 TV로 볼까? 그래야겠다. 이 넓은 방에서 혼자 핸드폰으로 보지 말고 커다란 티브이로 봐야겠다. 


앞 침대 청소하는 아저씨가 오셨다. 침상을 모두 거두고 침대를 깨끗이 원상태로 해놓는다. 그렇게 일하는 분들. 청소하는 분들이 있어서 이 입원실이 깔끔하게 유지되는 거구나. 곳곳에서 일하는 고마운 분들. 일요일이니 도리어 매우 조용하다. 괜찮다. 마치 휴양 온 것 같다. 그렇지 어디 여행 왔다 치면 된다. 앞 침대가 아주 예쁘게 정리되고 있다. 감사합니다. 


점심때까지 할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오랜만에 친구랑 전화로 텅 빈 5인실 방에서 신나게 수다를 떤다. 맘껏 이야기해도 된다는 것. 이건 참 편하다. 하하. 환자도 아닌 느낌. 이제 다시 대변 볼 생각을 해야 한다. 대변을 잘 보고 식사 잘하고 그럼 오케이다.


<계   속>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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