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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Sep 09. 2022

휘영청 밝은 달

이번 달님은 꼭 보라고 그러네~ 모두들 좋은 시간 보내자.


중학교 동창 방에 별로 말이 없던 친구가 이런 톡을 올렸다. 말이 없는 친구의 어쩌다 톡은 이상하게 신뢰감이 간다. 그래서 난 남편에게 말한다.

여보~ 이번 달님은 꼭 봐야 한 대. 어서 나와.


자기 방에서 책을 보고 있던 남편을 끄집어낸다. 거실, 부엌, 방 모든 불을 끈다. 그리고 베란다로 나가서는 창문을 열고 당연히 모기장 문도 활짝 열어젖혔다. 왜냐하면 저 멋진 달님을 사진으로 남겨야겠는데 모기장 창살을 거치지 않은 깨끗한 달님 이어야 하니까. 보통 달님인가. 한가위 추석 달님 아닌가. 아 그런데


모기 들어와. 어서 닫아.


세상에. 아니 여기서 저 아름다운 달님을 보고 어떻게 저런 멘트가 나올 수 있지?

그래서 불을 모두 껐잖아.
모기가 불 보고 오는 줄 알아? 냄새 맡고 온다고.


아주 위험한 짓을 하고 있다며 당장 모기장을 닫으란다. 아, 내가 이런 남자랑 사십여 년을 살았단 말인가? 아니 어떻게 저 휘영청 밝은 달님을 보고 감탄이 아니라 모기 걱정이 될까? 여름도 아니고 모기가 있어야 얼마나 있을까? 그 잠깐 달님 감상을 못할까? 멋지게 달님 감상을 남편과 함께 하려던 나는 엉망이 된다. 과연 저 멋진 하늘을 보며 모기가 생각날 수 있을까? 아,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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