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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Nov 21. 2022

마른 한치

미국 여행 1(221120 - 221207)

분명히 마른 한치라고 적혀있는데 냉장고에 진열된 한치는 촉촉이 젖어있는 느낌이다. 이거 들고 갈 수 있을까? 냉장 보관이라는데 비행기 타서 도착하기까지 과연 안전할까? 게다가 그 애는 에쎈 뽀독뽀독이라는 소시지를 부탁했다. 어묵탕도 먹고 싶다 했다. 모두 있다. 코스트코에서 듬뿍듬뿍 담는다. 그러다 혹시나 하여 미국에 살면서 95세 고령의 어머니를 뵈러 자주 한국에 오는 나의 여고시절 단짝 S에게 이런 것들 가져가도 되는지 묻는다. 소시지는 절대 안 돼!!! 다 뺏겨. 깜짝 놀라며 그런 건 미국에 더 맛있는 거 많다고 사지 말라한다. 그래?


다음 날 새벽 비행을 앞두고 짐을 다 싼 우리는 넉넉하게 비어있는 곳을 발견. 뭐 사다 줄 거 없냐? 묻는 말에 그래요? 그럼 마른 한치요. 에센 뽀독뽀독요. 하는 아들 말에 우린 서둘러 집을 나서서 코스트코로 향했던 것이다. 아들이 말한 건 모두 있는데 잔뜩 사놓고 나니 이걸 과연 미국에 가져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아들이 먹고 싶다 했는데. 그때부터 우리의 갈등이 시작되었으니.


뺏길 때 뺏기더라도 일단 가져가고 보자. 는 게 나의 주장이고 모두 냉장보관인데 지금 사놓고 내일 도착할 때까지 그 보관상의 문제도 있고 또 괜히 걸리면 이것저것 다른 것까지 몽땅 뒤질 테고 낙인이 찍힐 테고 시간은 또 얼마나 걸리겠냐. 절대 위험한 건 하지 말자. 그곳에서 사자. 는 게 남편 주장이다.


거기서 팍 섭섭함이 온다. 아니, 아들이 먹고 싶다는데 뺏길 때 뺏기더라도 그냥 무조건 사는 거지. 어떻게 저렇게 이런 거 저런 거를 따지고 있을까? 뺏길 거 빤히 알면서 챙기는 내가 그는 더욱 이상하다 한다. 결국 남편의 말을 따른다. 그러나 영 마음이 편치 않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려면 빨리 자야 하는데 동네 마트라도 다시 다녀올까? 늦게까지 마음이 복잡하다. 


여하튼 이제 드디어 우리는 떠난다. 나의 아들은 밴쿠버에 있다가 1년쯤 전에 미국으로 옮겼다. 밴쿠버 있을 때 그렇게 오라고 해도 이런저런 바쁜 일로 미루다 보니 밴쿠버는 날아가버렸다. 그래서 이번에 아버지 칠순 기념으로 미국 여행시켜드린다며 비행기표를 보내와 그냥 만사 제치고 미국행에 올랐다. 무어 그리 급한 일이 있다고 아들들이 오라는데 못 가고 한국을 지키고 있었을까.


그렇게 힘들어 보이던 것도 짐을 싸고 떠나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 이제 이걸 계기로 미국이고 파리고 아들들이 사는 곳에 훌쩍훌쩍 날아다니자. 아쉬운 건 나의 단짝 친구가 한국에 와있을 때 내가 미국에 간다는 것이다. 언제고 미국 와서 함께 공 치자 하던 친구인데 그녀가 놀라며 말한다. 아니 요즘은 환율이 높아 젊은 이고 늙은이고 모두 한국행인데 넌 역으로 미국엘 와? 하면서 화들짝 놀란다. 하하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모처럼 내가 미국 갈 때 그녀는 한국에 있다. 그래도 좋다. 어쨌든 미국 여행을 시작한다. 시작 전부터 장보기로 삐그덕거렸지만 난 나의 이 특별한 미국 여행을 찬찬히 기록해나가련다.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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