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 요코
성격은 많이 달라 보이지만 왠지 사노 요코라는 동화작가도 생각났어요.
"거짓말, 이게 나야?" 하고 흠칫하는 순간을 제외하고, 혼자 있을 때 나는 도대체 몇 살일까.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면 세계는 어릴 때와 다름없이 나와 함께 있다. 예순 살이든 네 살이든 '내'가 하늘을 보고 있을 뿐이다. 별안간 거미집이 얼굴에 달라붙었을 때 놀라는 마음은 일곱 살 때나 마흔 살 때나 지금이나 다 같아서 그냥 내가 놀라는 것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살고 있다. 사는 동안은 살아가는 것 말고는 달리 없다. 산다는 건 뭐냐. 그래, 내일 아라이 씨네로 커다란 머위 뿌리를 나눠 받으러 가는 거다. 그래서 내년에 커다란 머위가 싹을 낼지 안 낼지 걱정하는 거다. 그리고 조금 큰 어릴 꽃대가 나오면 기뻐하는 거다. 언제 죽어도 좋다. 하지만 오늘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여기 이 일본에서.
그냥 삶의 이야기다. 60여 년을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 예순네 살의 할멈은 이제 남자도 여자도 아닌, 할멈이라는 생명체다. 하하 어쩜 여자도 남자도 아닌 할멈이라는 생명체라니. 에고. 후네라는 고양이의 죽음. 한 달간 매일 지켜보며 인간은 난리 치며 죽는데 정말 조용히 죽어가는 동물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하는데 읽는 나는 참 슬프다. 우리는 늙어가고 있으며 그래서 누구에게나 죽음이 가까이 다가온다. 앞으로 계속 산다는 것은, 내 주위의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계속 떨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늙는다는 것은 그런 외로움인 거다. 아주 어릴 때부터의 친구 코짱의 죽음에 많은 충격을 받는 그녀. 그래도 매우 담담하게 글을 써 내려간다. 난 그 글을 읽으며 여전히 많이 슬프다. 한 달 전에는 바닥을 두드리며 울었는데, 지금 나는 텔레비전의 바보 프로그램을 보며 큰 소리로 웃고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은 잔혹하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계속 웃는다.
일본 그림책의 명작이라는 '100만 번 산 고양이'를 비롯해 '아저씨 우산'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등 수많은 책을 낸 사노 요코. 불행하게도 2004년 유방암에 걸린다. 그래도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시즈코 씨' 등을 쓰고 2010년 72세에 하늘나라로 간다. 엉엉. 그녀의 많은 수필을 찬찬히 다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