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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n 15. 2019

독후감
빨간 수첩의 여자

앙투안 로랭 장편소설




아, 재미있다. 정말 재밌다. 오늘 토요일 오전은 꽤 괜찮게 흘러간다. 9시 40분이면 그 옛날부터 시청하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보며 아침식사를 하는데 오늘은 스위스로 아주 멋진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남편의 외출. 나만의 시간. 이 소중한 시간에 나는 도서관에서 빌려 온 5권의 책들 중 손에 잡히는 걸 들었다. 이 책을 고를 때 역시 어떤 작가의 어떤 소설을 읽어야지 가 아니라 그냥 도서관의 그 많은 책들 사이를 그냥 쭉쭉 돌면서 유난히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책들을 빌려 온 것이다. 그중에서 또 내 눈에 들어와 오늘 아침에 걸려든 책. 하, 그런데 너무 재미있다. 꼼짝 못 하고 앉은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그만큼 재미있다. 와우. 이렇게 그냥 골라온 책이 너무 재미있을 때 그래서 단숨에 읽어버릴 때 그 희열은 대단하다. 마치 보석을 건진 것처럼. 아, 정말 기분 좋다. 







내 손에 걸려든 책은 새빨간 하드박의 알맞은 크기의 책으로 무조건 첫 장부터 읽기 시작한다. '택시는 대로변 모퉁이에서 여자를 내려 주었다. 여자의 집까지는 고작 50미터 정도만 걸으면 되었다.' 시작은 그랬다. 그렇게 평범하게 시작했지만, 와우 정말 흥미진진으로 사건이 전개되는데....


여자는 귀하게 마련한 핸드백을 강탈당하고 의식불명의 상태가 되고 신분증과 핸드폰과 지갑이 사라진 보라색 귀한 핸드백은 다음날 새벽 출근하는 남자의 눈에 띄고, 어찌할 것인가 저 핸드백을. 그대로 쓰레기통에 들어가게 할 것인가 고민하던 남자가 경찰서에 가져가 신고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야기는 본격 전개된다. 출근시간은 다 되어가는데 경찰서에는 이미 사건 처리할 게 많아 두시간이나 기다려야한다는 말에 즉각 신고를 못하고 핸드백을 집에 가져오게 되면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음... 


나는 붉은 개미들이 무섭다.

나는 내 은행 계좌를 검색하면서 <현재 잔고>를 클릭하는 게 무섭다. 

나는 아침 일찍 집 전화벨이 울릴 때 무섭다. 

나는 미어터질 듯이 사람이 많을 때 지하철을 타기가 무섭다.

나는 흘러가는 시간이 무섭다. 


핸드백 속이 궁금한 남자가 살짝 뒤져 본 백속의 빨간 수첩에 적힌 글들 중 일부이다. 무언가 많은 공감을 느끼며 읽게 되는 글,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싹트는 새로운 감정.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아무 것도 모르는 여자에 대한 사랑의 감정. 


핸드백 주인 로르는  강도에게 당한 충격으로 의식불명으로 병원에 한참 누워있게 되고 그 핸드백을 신고하려다 집에 들고 온 서점 주인 로랑은 그녀의 빨간 수첩 속 많은 글을 읽으며 점점그녀를 좋아하게 되어 그녀를 찾아 나서고... 


모든 우연이 일어날 수도 있는 일로 느껴지게끔 무리하지 않게 펼쳐지면서 우리의 일상과도 같은 일들이 반복되면서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스릴이 있다.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사랑하는 남편을 이집트 전쟁에서 잃은 외로운 핸드백 주인 로르와 이혼남 로랑. 무언가 통하는 둘이 결국 만나게 되어 사랑하게 됨을 진심으로 기뻐한다. 그냥 선하고 착하게 살면 모든 행운은 따라오는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들이 악한 자가 없고 그렇게 모두 선량하고 착하다. 그래서 이야기가 참 아름답다.




책 읽느라 딱!!! 멈추었던 집안일을 해야 한다. 매일 아침 해 먹는 토마토 주스를 나는 그냥 생거를 사용했는데 친구가 그러면 소화가 안된단다. 살짝 삶아야 몸에 섭취가 빠르다며 반드시 데칠 것을 주문한다. 그래서 작정하고 아직 많이 남아있는 토마토를 몽땅 삶아냈다. 껍질을 벗겨 냉동실에 넣어두고 매일 아침 갈아주려 한다. 그 작업을 하다 책 속에 빠져드느라 주방에는 살짝 익힌 토마토가 그대로 방치되어있다. 어서 하루치씩 봉투에 담아 냉동실에 넣어야 한다. 일하러 가잣. 후다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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