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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r 31. 2023

특별한 금요일


내게 금요일은 특별하다. 시내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하는 원어민 영어수업이 있는 날인데 사실 지금까진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순차적으로 맨 꼴찌였기에 툭하면 빠지며 나의 다른 일을 보곤 했다. 영어는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가 병행되어야 한다는데 나에겐 도통 영어로 말할 기회가 없기에 등록한 곳이고 별다른 일이 없을 때나 그냥 가곤 했던 곳이다. 인원은 네다섯 명 정도로 별로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순차적으로 젤 첫째가 되어 절대 빠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아주 특별한 금요일이 되었다. 하하 무슨 일이냐. 백화점에서 두 반을 합쳐버린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 반을 수요가 꽤 많은 비기너들 반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네다섯 명이던 반이 갑자기 19명의 시끌벅적 요란한 반으로 변해버렸다. 게다가! 그반엔 젊고 화려한 엄마들로 가득했던 것이다. 물론 말할 기회는 아주 적어졌지만 책의 질문에 쏟아지는 답들이 각양각색으로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예를 들어볼까? 당신은 최근 옷을 잘 차려입은 게 언제인가요?라는 책의 질문에 일 년 전, 이년 전, 몇 달 전, 누구 결혼식에 가느라 누구 입학식에 가느라 등등의 대답이 이어졌다. 그런데 한 엄마, 저는 매일 드레스업 해요. 옷을 잘 차려입으면 그 날이 매우 특별해지죠. 그렇게 저의 매일매일을 특별하게 만들어요. 하하 젊고 예쁜 엄마가 그렇게 조곤조곤 세련된 영어로 말하는데 우아 어떻게 그렇게 멋진 답을 할 수 있을까? 그뿐일까? 끝나고는 시끌벅적 그대로 가는 법 없이 모두 찻집에 모여 뒤풀이를 한다. 그리고 거기서 우리는 딱 알아봤다. 대충 나이가 든 사람. 네 명. 하하 두 번째 뒤풀이부터는 행여 젊은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우리 넷이 만난다. 우연히 나이도 똑같다. 그렇게 우리 넷은 젊고 화려한 엄마들 사이에 끼어 신나게 영어로 수다를 떨고 일단 밥집에 가 배를 두둑이 채우고 찻집에 가 한국어로 신나게 수다를 떤다. 하하 젊고 화려한 엄마들 속 딱 봐도 알 수 있는 우리 넷. 그 이차 뒤풀이가 더욱 기다려질 지경이다. 어쨌든 절대 빠질 수 없는 너무도 특별한 금요일이 되었다.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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