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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pr 13. 2023

집에서 먹기

바닷가 횟집에서 먹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마냥 퍼지고 앉아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실컷 하려면 집 만한 곳이 있으랴. 남편과 둘이 먼저 바닷가로 달려갔다. 그곳엔 작은 아들이 고등학교 다닐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의 엄마가 하는 곳이 있다. 반갑게 인사하고 아들들의 안부를 묻고 푸짐히 얹어주는 메인 디쉬 외의 것들, 해삼 멍게 개불 그런 것들. 특히 지금이 미역 수확철이라며 돌미역 뭉클뭉클 한 걸 한 아름 더 준다. 한 번 헹궈서만 먹으면 된다고. 매운탕 거리까지 받아 집으로 와 상을 차렸다. 마침 동생은 이날을 위해 특별히 마련했다며 짜잔 병도 너무 예쁘고 그 병이 들어앉아있는 박스 안의 그림도 너무 예쁜 로열살루트 21년 산을 내놓는다. 우아~ 오랜만에 크리스털 잔을 꺼내고 얼음 케이스를 찾는데 없다. 아이고 너무 예쁜 얼음통 있는데. 술 안 마시는 남편과 살면 아무리 예쁜 얼음통도 찾는 적이 없어 어디론가 이렇게 사라진다. 그냥 허연 물대접에 담아내며 난 계속 구시렁구시렁. 정말 예쁜 얼음통 있는데. 설마 미니멀라이프한다고 버린 건 아니겠지? 하하 근데 정말 어디로 갔을까?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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