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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pr 18. 2023

69세가 91세를 꽉!

주민등록상으론 95세 실제 나이론 91세인 우리 엄마가 경주 불국사를 너끈히 다녀오셨다. 사방에 장애물은 많았다. 헉! 계단! 무엇보다도 계단을 두려워하시는 우리 엄마. 불국사 입구엔 평일임에도 차 댈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이미 주차된 차가 많았고, 겨우 차를 대고 나니 계단이 쫘악 늘어서있는 것이다. 모두들 두리번두리번 찾았다! 계단 말고 그냥 올라가는 곳이 옆으로 있다. 미국에서 온 69세 오빠는 91세 엄마를 꽉! 붙잡고 한 발 한 발 천천히 걸어 불국사로 향한다. 나도 곁으로 찰싹 붙어 엄마, 내 손도 잡아~ 하니 엄마는 이 사람 많은데 길 방해된다. 세 명 나란히는 안돼. 하시며 끝내 붙잡지 않으신다. 지팡이를 쓰시면 많은 도움 될 텐데요 하는 오빠 말에는 그건 내 자존심이 허락칠 않는다! 한 번 짚으면 끝까지 놓지 못한다더라. 정색하시며 노노노! 아, 사람도 사람도 너무 많다. 아니, 평일인데 어떻게 이렇게 사람이 많지? 일 안 해도 먹고살 수 있나? 젊은이들인데! 오빠가 깜짝 놀란다. 아, 이곳이 딱 바로 이때 겹벚꽃이 유명해서야~ 내가 점잖게 설명한다. 한국이 옛날에 비해 얼마나 대단해졌는지 그건 무엇보다도 문화의 힘이라며 오빠는 한국 드라마와 K팝에 열광하는 미국 젊은이들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빠랑 여기 왔었는데. 곳곳에서 엄마는 돌아가신 아빠를 회상하신다. 코로나 때문에 4년 만에 온 오빠는 엄마 팔을 꽉! 잡고 되도록 사람 없는 곳으로만 간다. 결국 91세 우리 엄마 휠체어도 아니타고 지팡이도 안 짚고 든든한 오빠 팔만 의지해 당당히 당신 발로 걸어서 그 멋진 불국사 구경을 모두 했다. 91세 우리 엄마 만세 만만세! 하하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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