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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pr 17. 2023

혼밥


자신 있게 혼밥! 절로 나의 눈은 살짝 돌아갔다. 너무 인기 있는 식당이라 줄을 쫘악 서서 한참을 기다려 번호표를 받고 또 한참을 기다려 미리 주문을 하고 또 기다려 자리에 가는 형식이었다. 우리 를 주문하고 그 다음다음 정도였을 게다. 몇 명입니까? 묻는 식당 청년의 말에 혼자입니다!라는 말이 또렷이 들렸기 때문이다. 이 사람 많은 인기절정의 식당에 아가씨 혼자! 푸훗. 혼밥에 영 자신 없는 나는 크게 맘먹고 어쩌다 혼밥을 할 때면 제일 먼저 사람이 적은 한가한 식당을 골랐기 때문이다. 그것 말고도 그녀는 눈에 띄었다. 아주 날씬한 몸매에 하얀 와이셔츠 짙푸른 바지 정장. 너무 날씬해서도, 꼭 맞는 바지 정장이 예뻐서도, 한 손엔 달랑달랑 핸드백을 또 한 손엔 핸드폰을 귀에 대고 누군가와 끝없이 대화하는 모습이 꽤 매력적이어서이기도 하다. 마스크 위에서 생글생글 웃는 눈이 얼마나 예쁜지 자꾸 슬금슬금 훔쳐보게 되었다. 나의 상상력은 발동된다. 이곳 아가씨 같지는 않은데 아마도 회사 면접차 왔을까? 남자가 이곳이 고향이라 유명한 그곳에 가보라 했나 보다. 오빠! 나 왔어. 그런데 너무 사람이 많아서 용기가 안 나네. 등의 이야기를 쑥스러우니까 계속하고 있는 것 아닐까? 참 아름다운 모습이네 하면서 슬금슬금 훔쳐보았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어 자리 잡고 앉으니 그녀가 들어온다. 그 사람 많은 중에 오홋. 바로 우리 옆자리로 안내받는다.  하하 아, 쌈빡한 아가씨와 함께? 좋아하고 있는데 아뿔싸. 그녀는 아직도 전화기를 붙들고 있다. 애인님! 이제 식사를 하게 하셔야죠~ 난 속으로 애인님아, 전화 좀 끊어주세요~ 하면서 자연스레 귀가 쫑긋 그녀 대화로 갔는데 아이고 이게 뭐야. 애인이 아니라 엄마였다. 게다가 너무 가까워  말소리가 다 들리는데 나의 상상과 영 다르다. 저 매력적인 표정으로 저런 대화를? 엄마! 엄마! 하면서 정작 음식은 께작께작. 하하 거기서 그냥 흥미가 뚝 떨어져 버렸다.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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