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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pr 20. 2023

새치기 방지

아빠가 계신 호국원에 갔다. 91세 엄마가 있어 묘역 순환버스를 타야만 했다. 처음엔 골프장 카트 모양의 것이 수시로 다녔는데 이젠 버스가 되어 20분에 한 번씩 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정류장에서 기다리게 되었다. 한 무리 한 무리 있는데 우리는 세 번째 무리였다. 그런데 네 번째 무리가 왔다. 순환버스가 그때 오는데 마침 그 새로 온 사람들 바로 앞에 서는 것이다. 분명 제일 꼴찌로 왔는데! 여기서 나는 한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기 계신 분들이 제일 먼저 오셨고, 그다음 저 쪽 계신 분들 그리고 우리. 여기는 네 번째로 오셨으니 맨 마지막에 타셔야 합니다. 하면서 애초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던 저 쪽의 분들을 버스 문 앞으로 오시게 했다. 그랬더니 마지막 무리 속 엄마인 듯한 나보다는 좀 어려 보이는 여자가 상당히 기분 나쁜 표정을 했다. 그래도 그대로 놔두면 한참을 기다린 분들 중 일부가 못 탈 지경이었다. 그거는 옳지 않다. 그 마지막 사람들 다 타지 못하고 차는 자리가 꽉 차 출발했다. 매우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렵지만 말을 잘했다.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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