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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Aug 18. 2023

김치

그 맛있게 먹은 샤부샤부? 아이 그래도 며칠 만에 또 먹기는 좀. 짜장면? 아니 그건 싫고. 냉면? 그건 또 영양이 좀 그렇고. 곰탕? 그것도 그닥. 병원으로 미장원으로 바빴던 엄마랑 난 결국 집에 가서 애호박 전을 해 먹기로 한다. 그리고 김치를 담가달라 하셔서 할인마트에 갔는데 우아 시들시들 조그만 배추 한 통이 무려 8,000원! 아니 요게 8,000원이라고? 너무 놀라는 내게 곁에서 야채 정리하던 아저씨. 지금 많이 싸진 거예요~ 하이고. 엄마 요건 아니다. 그 옆의 열무 얼갈이로 눈을 돌린다. 시들시들 얼갈이 한 단도 2,500원. 할 수 없다. 요걸로 담그자. 배추는 아니다. 쪽파! 아주 조금인데 5,000원. 패스! 큼직한 대파 한 단에 1,900원. 차라리 대파를! 흐흐 그래 그러자. 부추 한 단에 4,500원! 하이고~ 조금 덜어놓은 거 있네. 한 줌에 2,000원. 오케이 요걸로. 김칫거리에 맛있는 복숭아, 우유, 밀가루, 건전지 등을 사고도 36,000 원. 어제 샤부샤부 먹은 값보다도 싸다. 집에 오자마자 엄마는 복숭아를 깎고 나는 얼갈이를 절이기 시작했다. 일단 절여놓고 먹읍시다요. 그리고 냉장고에서 봐두었던 애호박을 꺼내 가늘게 채 썰어 전을 부쳤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뚝딱 쉽게 하냐. 난 아주 오래 걸리는데. 엄마의 감탄에 난 더욱 손놀림을 빨리 한다. 복숭아도 맛있고 호박전도 맛있고 척척 세 장을 부쳤다. 빠삭 부쳐내는 대로 엄마도 나도 신나게 먹는다. 거기 맛있는 복숭아까지. 거기 아침에 먹다 남긴 떡까지. 그걸로 우리의 저녁은 끝. 도와줄까? 하는 엄마에게 아니 그냥 내가 합니다~ 밀가루 풀을 쑤고 국물 자박자박 얼갈이김치를 한 통 담가드렸다. 뚝딱 어쩜 그렇게 쉽게 일하니. 엄마의 감탄에 왜 이렇게 신이 날까? 그치 엄마? 내가 봐도 일 잘해~ 하하 그래그래 우리 딸 최고~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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