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행 30 (221120 - 221207)
자이언 캐니언! 자이언트 거인인가? 했더니 아니다. Zion 즉 시온. 예루살렘 성지 시온을 말한다. 아하. 우리가 시온이라 하는 것의 영어식 발음이 자이언이구나. 라스베이거스 엑스칼리버 호텔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한식당으로 직행. 맛있는 미역국에 밥을 말아먹고 긴 여행길. 서울에서 대구만큼의 거리를 달려 자이언 캐니언에 도착한다. 가는 곳마다 썰렁. 거대한 화물 트럭이 간간이 보일 뿐이다. 와이 썰렁? 지금이 미국 모두 가족과 함께 하는 땡스기빙 휴일이기 때문이다. 주차하기 힘들어 항상 고생인데 이렇게 주차장이 휑하니 비어있기는 처음이라며 가이드가 좋아한다. 신의 정원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자이언 캐년. 보기에도 아찔아찔한 절벽 모습. 트래킹을 해야 제대로 그 맛을 느낄 수 있다던데 단체관광으로 버스를 타고 온 우리는 전망대에서 잠깐 그 절경을 감상할 뿐이다. 젊은 친구들은 곳곳에서 두 팔 두 발 번쩍번쩍 들어 올리며 인생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트래킹을 할 수는 없었을까? 문득 드는 아쉬움.
30년 전 이곳을 패키지여행할 때는 40인 승 버스 가득 찬 사람도 사람이지만 길고 긴 여행에 한 가족이라는 개념이라 버스에 올라타면 가이드 말에 따라 울고 웃고 혼자만의 시간이 없었다. 그뿐일까? 긴 버스 여행에 돌아가며 자기소개도 해야만 했다. 엄마 아빠를 따라온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십 대 소녀는 지극히 한국적인 이런 분위기를 못 이겨 자기소개 차례가 돌아오자 부담감에 결국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렇게 함께 하는 모두의 사정을 알아야만 했고 하나가 됨을 강조했던 그 옛날 패키지여행. 지금은 아니다. 자기소개가 없을 뿐만 아니라 각자 행동이다. 사람도 몇 안되지만 누가 누구인지 알 수도 없고 관심도 없는 듯하다. 화장실에서 만나면 아 버스 함께 탄 사람이구나 하면서 눈인사를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