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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Oct 26. 2023

와인병 따기


의례 할 줄 아는 줄 알았다. 와인 병 따는 것쯤이야.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언제나 남편이 병을 따서 따라주면 마시기만 했나 보다. 그런 엄마들이 대부분이었다. 쉬운 줄 알았는데. 이렇게 하는 것 같던데. 그런데 안된다. 잘 돌려서 더 눌러봐. 그걸 지렛대로 써봐. 더 힘차게 눌러봐. 안된다. 이 정도면 되는 데 안되네. 와인병 하나 두고 모두 몰려 이렇게 저렇게 눌러보지만 결국 실패했다. 힘센 엄마가 나섰다. 그래 들어가네 더 들어가게. 일자로 세워서 박아. 앗, 조금씩 나오는 것 같다. 함께 돌아가며 힘을 주고 빼고 겨우 겨우 와인병의 코르크를 빼냈다. 뻥! 성공! 하하 항상 곁에서 다 해주던 남편들 때문이다. 우리가 이렇게 와인 병 하나도 못 따는 것은. 작은 아이 학교 다닐 때 함께 학부형이던 엄마들이 일 년 에 한 번 하는 일박이일 여행이다. 경치 좋은 곳에 모여 와인도 곁들여 밤새 수다 떠는 여행이다. 그런데 와인을 따지 못해 쩔쩔매다 빵! 드디어 성공하곤 깔깔 푸하하하 웃음을 쏟아내며 쨍그랑 잔을 부딪혔다. 우리가 이렇게나 남편에게 의존적일 줄이야.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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