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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Nov 01. 2023

한밤중 라면

나의 글을 즐겨 읽는 멀리 사는 나의 친구가 팔랑팔랑 팔랑귀 어제 글을 읽고 짓궂은 응답을 해왔다. 내가 보기에 너는 일부러 살찔 필요도 없고 의지가 박약해서 살 빼기도 못할 것 같으니 그냥 마음 편하게 즐기면서 살면 된다. 그 말에 하하 푸하하하 언제나 명쾌한 해답 오케이 걍 즐겁게 먹을래~라고 응답했지만 의지박약? 내가? 흥! 했는가 보다. 속으로 살며시 결심하고 있었으니까. 두고 봐. 날씬하게 살 뺀 걸 보여줄 테니까. 그런데 그 마음이 너무 강했나 보다. 아흑. 가만히 놓아두면 모를까 그런 결심을 다부지게 하는 순간 나의 몸도 알아서 대비를 하는 것 같다. 그래. 주인님이 먹는 걸 자제하려 한다고라. 단단히 비축해두어야 해. 했던 걸까? 밤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라면? 하는 남편의 달콤한 유혹에 오케이~ 해버렸다. 함께 먹는다에 신이 난 남편은 각자 냄비 하나씩에 뽀골뽀골 파 송송 너무도 맛있게 끓여 왔다. 아~ 맛있어~ 시월의 마지막 밤이네~ 해가며 싹싹 둘이 신나게 먹어치웠다. 날씬한 나의 남편은 밤에 즐겨 먹는다. 난 거기 동참하면 죽음이다. 나의 배는 남산만 해졌고 음식 절제? 는 까마득한 옛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양심은 있어 몸무게를 재보니 2킬로가 훌쩍 늘어있다. 아이고 이거이 웬일이냐. 어떡하나. 7시 이후 안 먹기로 결심을 해 말아? 결심을 하자니 그에 대비하려는 몸이 어디로 튈까 걱정이고 안 하자니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정말 걱정이다.


(사진: 친구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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