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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Nov 08. 2023

난 걷는 걸 참 좋아한다.

난 걷는 걸 참 좋아한다. 그래서 모임의 약속장소가 정해지면 길 찾기 앱을 돌려 어떻게 갈 것인가 연구한다. 처음 차를 놓고 나가기 시작했을 땐 무작정 걸었다.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앱에서 사람 걷는 모양을 콕 눌러 그 안내 따라 걸었다. 그렇게 걷다 보면 약속장소가 나오는 게 꽤 신기하기도 했다. 한참을 무작정 걷다가 두 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판단해 적당히 버스를 이용하게 되었다. 버스도 처음 타보니 실수가 많았지만 이젠 아주 능숙하다. 그리고 별의별 데 다 데려다준다는 것도 알았다. 특히 마을버스는 정말 구석구석 안 가는 곳이 없다. 그래서 난 이번 약속장소에 가는데 강 따라 멋진 산책로가 시작되는 곳까지 버스를 타고 내려 산책로를 따라 걷기로 작전을 짰다. 기막힌 가을 날씨에 낙엽이 휘날리기도 하고 뒹굴기도 하고 이미 깔려있기도 했다. 작은 배낭 안에 물 선글라스 모자 햇빛가리개용 마스크 우산 손수건 이어폰 작은 책 등을 챙겨 넣고 걸을까? 하다가 노노노 아주 간단히. 작은 끈 달린 지갑만 메고 딱 핸드폰과 버스 탈 카드만 넣은 채 걸었다. 만약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목이 마르지 않았고 햇빛이 그리 강렬하지 않았고 비도 오지 않았고 땀도 흐르지 않았고 자연의 소리가 더 좋았고 책 읽을 기회는 더더욱 없었으니까.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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