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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an 04. 2024

부부서클

오늘은 부부서클이 있는 날이다. 남편의 회사 동료들이 이제는 퇴직하고 OB라는 글자를 달고 골프를 하는데 공치는 아내들이 동참해 따로 만든 서클이다. 무려 5팀이나 되니 꽤 많다. 사택에서 함께 지내며 오랜 세월 함께 한 가족 같은 분들이다. 강남에 살던 한 부부는 오로지 공을 치기 위해 다시 와 합류했다. 오호~ 서울 비싼 집 월세 주고 보증금으로 골프장 회원권도 사고 전셋집도 구하고 월세 나오는 걸로 생활하고. 이곳에 옮길 이유 충분하네~ 하며 서울로 떠났던 그 옛날 함께 했던 부부를 환영했다. 따뜻한 햇살아래 즐겁게 공을 치고 식사도 하고 돈을 계산하느라 남편들이 카운터에 줄을 서고 우리 여자들은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이 계산을 마치는 대로 따라나가며 잘 가요~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B가 계산을 끝냈는데 거기만 따라나서는 아내가 없다. 나 혼나러 가야 해요~ 도리어 그가 우리에게 인사하며 서둘러 나간다. B의 아내는 우리 팀이었다. 그런데 나갈 차례가 다 되어가는데 사람은커녕 채도 도착을 않고 있다. 웬일이지? 전화를 해보니 사정이 있다며 뒷 팀을 먼 저 치게 하고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 한다. 무슨 일일까? 갑자기 그녀 채가 아닌 대여채가 카트에 실린다. 그러더니 헐레벌떡 그녀가 아슬아슬 도착한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남편인 B가 항상 그녀 채를 챙겨 왔는데 오늘 그가 깜빡하고 당신 채만 싣고 왔다는 거다. 한참을 오다 생각이 나 차를 돌려 집으로 가다 도저히 시간 내에 못 올 것 같아 다시 차를 돌려 골프장으로 왔단다. 그리고 대여채를 주문했단다. 그 잘 챙기던 사람이 왜 그런지 몰라! 우린 깔깔 웃었고 그 참에 나이 들어가는 남편들의 깜빡깜빡 이야기를 너도 나도 쏟아냈다. 그 와중에 그녀의 화는 사실 다 풀렸지만 남편에겐 아직은 뾰로통을 보여야 할 테니 미리 나갔고 그걸 모르는 B는 헐레벌떡 달려갈 밖에. 하하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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