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뜰 Jan 05. 2024

싸리비

중학교 때였다. 아주 반듯한 친구가 있었다. 회장을 도맡아 하는 공부도 잘하고 행동도 얌전하고 머리도 단정한 최고 모범생. 그 애 집에 놀러 간 적이 있다. 마당이 아주 컸는데 그 애 아버지가 마당을 싸리비로 쓸고 계셨다. 흙에 싸리비 자국이 차곡차곡 나는 게 얼마나 곱고도 깔끔하던지 그 애의 단정한 모습과 어우러지면서 내 맘 속에 깊이 새겨졌다. 저 단정함. 저 깨끗함. 유명한 목사님이셨던 그 애 아버지. 그 애와의 추억은 기억이 안 나고 유난히 깔끔하고 싸리비자국이 선명했던 그 애 집 마당만이 생각난다. 요즘 남편과 즐겨가는 골프장 한 곳에 언제나 이렇게 기다란 싸리비가 놓여있다. 낙엽을 긁어모으기 위한 걸까? 그 싸리비를 보는 순간 나는 그 애 집 그 마당이 생각나며 중학생 때로 돌아간다. 바로 엊그제 같은데 와우 새해가 되면서 떡국과 함께 또 먹은 나의 나이는 정말 많다.


(사진: 꽃 뜰)


매거진의 이전글 부부서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