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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r 05. 2024

고등학교 때 서클하던 남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5)

51년 전 그때 기록이 있을까? 뒤적뒤적 나의 학창 시절 일기를 본다. 오호. 여기 있네. 1973년 5월 11일 금요일. '청석'에 가입했다. 생각하며 말을 해야겠다. 1학년이지만 신일고등학생들의 수준은 매우 높았다. 키들도 무척 크다. 미숙이가 프로필을 할 때, 뭔가 생각하며 조리 있게 말하는 모습이 너무 멋지다. 나도 그런 걸 배워야겠다. 나와 같이 친교부가 된 신일의 K는 키도 크지만 너무 거만스러운 듯? 나 자신을 좀 다스릴 줄 알아야겠다. 나의 시간을 좀 마련해야겠다. 시간 계획을 잘 짜야할 텐데. 너무 클럽에만 치우쳐도 안될 테고. 하하 재밌다. 그 애와 내가 짝이 돼 퀴즈대회에서  일등 하는 장면도 나온다. 그때 부상으로 카펜터즈 레코드를 받았던 건 너무 기뻐 그 애도 나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이십 년쯤 전인가? 아이러브스쿨로 추억의 동창 찾기가 한창일 때 우리 청석도 어찌어찌 연락이 되어 학창 시절 이후 처음으로 만나던 때가 있었다. 설렘 한가득이던 그때 그 애도 나도 그 일등 하던 장면을 이야기했으니까. 하하 지금은 그때 이미 나이 든 모습을 보았으니 그리고 그 이후 계속 단톡에서 안부들을 전하고 있었으니 진짜 51년 만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래도 51년 전 추억을 함께 하는 친구임엔 변함이 없다. 하하 일기장 곳곳에 그 애와 이야기를 했다는 게 나온다. 쾌청한 날씨의 따스한 바람에 머리카락을 날리며 배구시합을 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누가 괜찮고 누군 못됐 하는 이야기도 적나라하게 나온다. 푸하하하 아 재밌다. 어쨌든 1973년 남학생 만나기도 힘든 때 함께 서클을 하며 책을 읽고 토론하던 친구가 지금 적당히 주름 진 얼굴로 내 앞에 있다.


(1973년 고1 때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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