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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r 06. 2024

고등학교 때 서클하던 남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6)

얼굴 좋아 보이네. 살쪘다고? 아이 참 나도. 무슨 대답을 그리 멋대가리 없이 했을까? 엄마들끼리 모였을 때 누가 얼굴 좋아 보인 다하면 자동빵으로 나가던 살쪘다는 거야? 하던 게 무심코 나와버렸다. 그 애가 깜짝 놀라며 아니 좋아 보인다고. 아주 건강해 보여. 허약하고 병약해 보이지 않는다고. 그래 난 본래 건강하지 그때도 지금도. 하하 건강하고 씩씩하고. 드디어 회가 도착한다. 빨간 건 감성동 가운데 있는 게 돌돔이라고 한다. 그리고 해삼 멍게 미역 등이 또 다른 접시에 한가득이다. 제일 먼저 그 애의 젓가락은 해삼으로 간다. 그런데 미끌미끌 해삼은 그 애의 젓가락에서 빠져나오고 그걸 다시 집느라 애를 쓴다. 꼬불탕 꼬불탕 해삼은 그래도 자꾸자꾸 미끄러져 나오고 그 애는 다시 집고 또 놓치고 또다시 집고. 하이고 보다 못해 내가 말한다. 숟가락으로 먹어보아. 아니야. 나 할 수 있어. 그렇게 힘들게 힘들게 해삼부터 먹는다. 맛있네. 근데 메인을 먹어야지 뭐 자꾸 해삼만 먹냐. 해삼이 바다의 삼이라잖아. 난 해삼이 좋아. 그렇다면 해삼을 따로 더 살 걸 그랬나? 오늘은 내가 그 애에게 한 턱 쏘는 날. 환영식을 해주는 날이다. 아니야 아니야 이거면 충분해. 저 아주머니가 회를 치나? 그 인상 별로 좋지 않은 초장집 할머니가 회를 치는가 묻는다. 오호 여기 시스템을 전혀 모르는구나. 엣헴. 내가 설명해 줄게. 아까 내 아들 친구 엄마에게서 팔딱팔딱 뛰는 생선을 골랐잖아. 그걸 그대로 거기서 회를 치지. 아, 그 엄마가 직접? 그렇지. 그 회가 여기 도착하면 여기선 이렇게 상추니 초장이니 고구마니 메추리알이니 밑반찬을 제공하고 따로 반찬 값을 받는 시스템인 거지. 매운탕도 주문하면 따로 돈을 받고 맛있게 끓여주어. 우리가 먹은 생선의 대가리 뼈등으로. 아하. 그렇구나. 그 네 아들 친구 어머니 인상 좋더라. 그렇지? 참 좋아. 너 회사에서 회 먹을 일 있으면 여기 소개해. 잘해줄 거야. 그래. 아주 잘해주시는 거 같네. 전화번호 줘. 하하 오케이. 나는 전화번호를 주며 단! 나의 아들 이름을 꼭 말해야 해. 누구 엄마 소개로 왔다 해! 다짐을 한다. 그 애가 웃으며 알았다고 한다. 하하.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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