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뜰 Mar 22. 2024

버릴까말까 버릴까말까 몇번을 망설이다 결국 못버렸다.

그렇다. 버릴까 말까 버릴까 말까 몇 번을 망설이다 결국 못 버렸다. 엄마가 맛있다며 드시던 걸 도저히 버릴 수 없었다. 한 달 만에 오니 92세 우리 엄마. 앗! 내가 지난번에 만들어드리고 간 멸치 볶음과 오징어채 무침을 너무나 맛있게 드신다. 엄마! 이걸 아직 드셔? 응. 내가 깜빡 잊고 안 먹었잖아. 그래서 한 번 볶았더니 아주 맛있어. 하시면서 젓가락이 그쪽으로만 간다. 그래도 한 달은 한 달인데! 내가 버리려 할 것을 느껴서일까? 더 손이 그쪽으로만 간다. 같이 만들어드린 콩장은 당신이 보기에도 오래되었다 생각되셨는지 그래도 버리지는 못하고 따로 예쁘게 담아두셨는데 괜찮겠냐 물어보신다. 버려야지 엄마. 한 달이라고 한 달! 그렇게 콩장은 일치해 버렸지만 멸치볶음과 오징어채 아, 이는 어쩐단 말이냐. 너무 맛있게 드셔서 식사 도중 가져다 버릴 수는 없고 나중에 혼자 설거지 하며 버려야겠다. 그러나 식사가 모두 끝나고 나 혼자 설거지하며 막상 버리려니 그 맛있게 드시던 게 자꾸 떠오른다. 배탈 나시면 어떡해? 눈 딱 감고 버려! 마음을 암팡지게 먹어보지만 엉엉 그럴 수도 없다. 그렇게 맛있다며 드셨는데 어떻게 버려. 내가 휙 버린 걸 알면 얼마나 섭섭해하시겠어. 그래 조금이니까 그냥 두자. 그래서 버릴까 말까 버릴까 말까 몇 번을 그 멸치볶음과 오징어채 담긴 유리 락앤락을 들고 음식물 쓰레기통에 왔다 갔다 하다 결국 못 버렸다. 아이고.


(사진: 꽃 뜰)
매거진의 이전글 커피만 마셔도 되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