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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y 28. 2024

이럴 땐 이렇게 해주시고 저럴 땐 저렇게 해주시고

"대학 병원 가시게요?"


"아뇨. 제가 다니는 단골 안과에 모시고 가려고요."


"어디요?"


"ㅇㅇㅇ 안과요."


"아, 네. 거기면 좋아요. 제가 레지던트 1년 차 할 때 4년 차 선배님이십니다."


젊은 여자 의사 선생님은 그 많은 환자들에게 정신없을 텐데도 이렇게 자상하게 내게 말해주었다. 당연히 의사 소견서를 적어주겠다면서. 너무 감사했다. 눈 수술 후 2주간은 밀착 케어가 필요한데 엄마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고 오빠랑 남동생은 모두 외국에 있고 그렇다고 내가 남편 놔두고 2주간이나 있을 수도 없기 때문에 차라리 엄마를 모시고 우리 집으로 가려고 상담했던 것이다. 거기엔 물론 남편의 역할이 컸다. 본인도 홀로 있는 것보다는 함께 있는 게 낫다며 엄마 모시고 오기를 적극 권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엄마를 모시고 와 처음으로 그 나의 단골 안과에 갔다. 엄마 가시던 대학병원엔 기본적으로 두세 시간 기다려야 했던 너무도 많은 환자들. 그러나 넓으면서도 편안한 소파 깔끔한 병원 환경에 엄마가 감탄한다. 참 좋구나. 별로 기다리지 않아 우리 차례가 된다. 가져온 의사소견서를 전하니 하하 엄마를 진찰하시면서 컴퓨터 화면을 띄워 보라 하신다. 


"이렇게 깨알같이 보냈어요. 이럴 땐 이렇게 해주시고 저럴 땐 저렇게 해주시고 하하."


컴퓨터에 떠있는 카톡 창엔 정말 한가득 대화가 있었다. 그 젊은 여자 의사 선생님이 보낸 것이다. 아. 정말 고마워라. 세상엔 이렇게 좋은 분들이 많다. 수술은 아주 잘 되었으며 염증도 없이 아주 깔끔하단다. 4일 후 다시 오라 했지만 몇 번을 오라 한들 이 병원 오는 건 정말 상쾌해 룰루랄라다. 이런 우연이 있을까. 하하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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