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뜰 Nov 05. 2024

어쩌자고 공을 친다 했을까?

아, 우리도 미쳤지

어쩌자고 공을 친다 했을까?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했다.

지금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데

이제야 저녁식사를 마쳤다.


색소폰 연습 전에 시간이 없어

식사를 못해 다녀와서 했기 때문이다.


주간 돌봄 센터에서 저녁식사까지

드시고 온 92세 우리 엄마는

우리가 색소폰 연습에 간 동안

혼자 집에서 기다리시다가

우리 밥 먹는데 동참하셨는데


맛있다 맛있다 하시면서

밤 한 그릇 국 한 그릇을

뚝딱 비우신다.


내일 서울 가면 베트남 여행까지

한 일주일 비게 되므로

무얼 남겨두면 안 된다.


어제 모임에서 친구가 준

가지가 있길래 동그랗게 썰어

부침가루를 묻혀

올리브 오일에 부쳤다.


와사비간장을 만들어 콕

찍어 먹으니 빠삭한 게 너무 맛있다.


엄마도 정말 맛있다며

꽤 많이 드신다. 하하.


우리도 배가 고파

정말 맛있게 먹었다.


문제는 내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5시 20분에 아침식사를 하고

골프장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엄마는 학교 가실까 말까?

오늘 주무시기 전

말해달라 했다.


그래도 가서 즐겁게 노시다

우리가 모두 끝나고 기차 타기 전

모시러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러나 피곤할까 걱정되어

집에 계시고 싶으면 말해달라 한 것이다.


그렇게 밤차 타고 서울에 가

엄마를 엄마 집에 모셔다 드리면

캐나다에서 와 호텔에 묵고 있던

남동생이 바통 터치.


우리가 베트남에 가 있는 동안

엄마를 돌봐드리기로 했다.


우린 잠만 자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인천 공항에 가야 한다.


나의 여고동창 17명이 가는데

거기 남자가 4명이다.

그중의 한 명이다.


남편 함께 갈 사람~

하는데 나도 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베트남을 마침

남편도 나도 못 가봤고

함께 노래를 하는 여고 동창들의

모습을 보여주고도 싶었다.


우리 결혼 때 함께 와서

축가를 불러주었던 친구들이다.


난 어서 자야 한다.

그 무지막지한 스케줄을 소화하려면.


내일 아무리 빠질 수 없는

부부 골프 서클이었다 해도


어떻게든 이유를 대서

빠졌어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 멋진 가을에

공치는 유혹을 떨구어 버리기는

더 힘들었다.


그래. 짐 다 싸놓았겠다

신나게 공치고

기차 타러 가면 되지 뭐.

하하 파이팅! 어서 자자.


(사진: 꽃 뜰)


매거진의 이전글 줄줄이 파랑불 그게 뭐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